학비노조, 30일 '심각한 산업재해 규탄 및 안전 대책 촉구' 기자회견
대구시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재해율 14위"
10년 이상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해 온 정모(58) 씨.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하루 1천 명이 넘는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조리에 쓰이는 식재료만 200㎏에 달한다. 튀김이 있는 날에는 뜨거운 튀김기 옆에서 반죽을 넣고 뜰채로 건져 올리는 과정을 배식 전까지 반복한다. 정 씨는 최근 근골격계 질환(회전근개 파열)으로 오른쪽에 이어 왼쪽 어깨 수술을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대구지부는 3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심각한 산업재해 규탄 및 안전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시교육청 소속 현업 노동자의 산재 건수 70건이다. 산재 유형은 '넘어짐 사고'가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근골격계 질환 14명 ▷화상 12명 ▷맞음 6명 등이 뒤이었다.
산재 적용 대상 근로자 중 산재 근로자 비율인 재해율은 지난해 1.89%로, 전체 노동자 재해율 0.66%의 3배에 달했다.
특히 조리사·조리실무원을 포함한 급식 노동자의 재해율(2.62%)이 높게 나타났다. 급식 노동자들 중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조리흄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로 튀김이나 볶음 요리 등 고온의 기름을 사용할 때 많이 배출된다.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재 승인이 시작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폐암 산재 신청자는 214명에 달했다. 169명은 산재가 인정됐지만, 32명은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11건은 심의 진행 중이다. 2건은 산재 신청이 반려됐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준 폐암 산재 신청자 10명 중 8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조리실무사 김 씨는 "지난해 11월 폐암 산재 신청을 했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산재 승인만 기다리며 무급으로 휴직하고 있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 등 유해 물질이 가득한 작업 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급식실 인력 배치기준 하향, 교직원 배식대 폐지, 대체 인력 확보 등을 통한 노동 강도 완화를 대구시교육청에 요구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재해율과 관련해 "전체 노동자 재해율은 금융 및 보험업, 교육업 등 모든 업종이 포함된 것으로 학교 현업 근로자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교육청 자체적으로 지난해(8월 30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급식 노동자 재해율을 비교했을 때 14위로 낮은 편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 및 자동화 기기 보급 사업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노동자 조리흄 예방을 위해 튀김을 주 2회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현재 한 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튀김 로봇을 향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며 "2027년까지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 사업 또한 추진 중에 있고 올해까지 60%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야채 절단기, 식기세척기 등의 자동화 기기가 전 학교에 보급이 됐고 애벌세척기도 현재 74% 보급된 상황으로 희망하는 학교에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비연대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근무 경력 기준을 10년으로 삼는 산재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열악한 조리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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