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 꾸는 시] 정훈 '고바우'

입력 2025-05-19 06:30:00

'심상' 등단…시집 '식스시그마' 외
대구문학관 건립추진위원장 역임

정훈 시인의
정훈 시인의 '고바우' 관련 이미지.

〈고바우〉

이번 공일날 고기 잡으러 갈래?

고바우 형이 꼬드겼다.

철길을 지나 나락 논 사이 늪에

형은 반두를 잡고

나는 전사처럼 발을 구르며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풀을 후렸다.

와! 금빛 붕어와 새우 물방개

젓가락만 한 물뱀도 빤히 고개를 쳐들었다.

하늘에 닿을 미루나무

잎을 팔랑이며 합창하고

뭉게구름이 다가와 그늘을 내주었다.

긴 방죽 따라

노을이 양철 바케스를 물들이면

고바우 형의 휘파람 소리는

먼 저녁별에 닿았다.

정훈 시인.
정훈 시인.

<시작 노트>

그리운 것은 절실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절실한 것은 또 그리운 것이다. 아련히 떠오르는 걱정 없던 시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쉬고 싶다. 짐승은 먹이를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