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돌아왔다. 현실세계가 아닌 드라마로.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인해 방영이 보류되었던 전공의 생활을 다룬 드라마가 올해 전공의 보다 먼저 돌아왔다.
드라마 속 전공의의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다.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당직을 서면서 계단 구석에서 밀린 잠을 청하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 하지만 실수를 연발해 쫓겨나기도 하고, 교수님이 지시하신 자료를 모아 논문작업을 하다가 파일을 모두 잃어버려 혼도 나고, 수술동의서도 하나 해결하지 못해 선배나 동료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민폐가 되기도 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그런 젊은 의사들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의정갈등을 겪으면서 이런 고단한 전공의의 삶은 앞으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2017년 전공의법 시행이후 전공의의 평균 근무시간은 2016년 91.8시간, 2019년 80.0시간, 2022년 77.7시간으로 꾸준히 줄어왔다. 근무시간 단축은 긴 근무시간이 전공의의 번아웃으로 이어져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든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3조 및 7조를 근거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정부는 이 사업의 참여 여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성과평가에도 반영되고 전공의 정책적 정원 추가 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련병원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주중 72시간 및 연속근무 24시간으로 단축된다. 즉, 하루 밤 당직을 서고 나면 다음날은 휴게시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당직 선 다음날, 피곤한 전공의의 모습은 이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수련과정 역시 모든 교수의 환자를 맡아서 보기 보다는 수련지침에 있는 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 대치될 계획이다. 또한, 모든 교수가 전공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교수가 전공의 교육을 전담하게 된다. 과연 이런 수련과정 개편은 필수의료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먼저, 전공의 수련시간과 필수의료 지원률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의문이다. 수련과정이 편한 일부 과들은 그 이유가 중증 및 응급질환을 다루는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편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 이후에 중증, 필수의료에 종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에, 중증, 응급질환을 다루는 과의 전공의는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련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수련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련 시간은 단순한 근무 시간이 아니다. 충분한 논의 없는 일괄적인 수련시간 단축은 필수의료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교육 전담 교수는 필요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전공의가 실제 환자를 맡아서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전공의는 의과대학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수련의이다. 의술은 전통적으로 도제제도의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다양한 환자를 보지 않고 전담 교수의 교육만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다.
수련과정은 복합적이며 교수 뿐만 아니라 선배, 동료, 심지어 다른 의료진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 수련과정의 적절성 여부는 전문가 집단이 결정할 문제다. 이런 설익은 정책들이 의정갈등 이후의 '뉴노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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