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초대형 산불' 재현되는 느낌에 공포감 호소
대피소 환경 열악…차가운 마룻바닥 앉아 한숨만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주민들은 지난달 경북 북동부 초대형 산불을 떠올리며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오후 8시 산불 대피소로 지정된 대구 북구 동변중학교 강당. 이곳에는 서변동 인근 주민 130여명이 대피했는데, 10명 중 7명 이상이 6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열악한 대피 환경도 눈에 띄었다. 급하게 대피소가 꾸려진 탓에 도착 당시 이곳에는 텐트조차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기대야만 했다. 이마저도 부족해 주민 절반 이상은 차가운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가 4인용 구호 텐트 38동을 지원했지만, 강당이 협소한 데다 불량 텐트까지 발생하면서 30동의 텐트만 겨우 마련됐다. 텐트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인근의 다른 대피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같은 시각 조야동 인근 주민 220명이 대피한 팔달초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민들은 대피소 곳곳에 펴진 의자와 운동용 매트에 앉아 있었다. 곳곳에서 걸려오는 안부 전화를 받는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곳에도 오후 8시 30분 이후 텐트가 설치됐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눈 앞에서 재현되는 느낌이었다면서 당시 느낀 공포감을 털어놨다.
불길을 직접 목격했다는 윤명덕(78) 씨는 "밭일을 하던 중 산에서 새카만 불이 한 순간 무서운 기세로 활활 번진 모습을 직접 봤다"며 "그 자리에서 덜덜 떨다가 오후 4시쯤 계속 대피 문자가 울려서 여름 옷가지만 급히 챙겨 대피했다. 영상으로 봤던 대형 산불 모습이 코 앞에서 벌어지니 경황이 없고 무섭기만 하다"고 말했다.
경황 없이 대피하느라, 주민들은 소지품도 챙기지 못했다. 조야동에 거주하는 박모(70)씨는 작은 가방에 핸드폰, 주민등록증과 통장만 겨우 챙겨 대피했다. 갈아입을 옷이나 속옷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박모씨는 "집 주변에 LPG 가스를 보관하는 데가 있어, 경찰관과 소방관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당장 대피하라고 했다"며 "나와보니 저 멀리서 불길이 보여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대피인원은 477명으로 대피소는 팔달초등학교와 매천초등학교, 동변중학교, 연경초등학교에 마련됐다. 대구시와 북구청은 추가 대피소 확보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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