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이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가계와 기업의 금융 상황도 한계에 직면(直面)했다. 주요 시중은행과 카드사 연체율은 약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고, 상환이 힘든 시중은행 부실 채권도 사상 처음 12조원을 넘어섰다. 내수 침체와 고용 부진 탓에 고금리 카드 대출은 물론 카드값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借主)를 중심으로 특히 연체율이 뛰고 있다. 은행권이 부실 채권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 43조원에 근접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1조6천억원으로 역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자영업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LTI(소득 대비 부채 비율)는 344.5%로 집계됐다. 소득의 3.4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출 잔액은 1천64조2천억원에 이른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빚이 유독 늘었다. 3개월 이상 대출 상환을 연체한 신용유의자(信用留意者·옛 신용불량자)는 14만여 명으로 1년 새 3만1천여 명 증가했다. 50대가 33%, 60대 이상은 48% 급증했는데, 생계형 창업을 했다가 퇴직금만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대출 개인사업자 중 절반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렸고, 금리 부담이 큰 2금융권 대출 비중도 가파른 증가세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돈 뿌리기에 가까운 금융 지원으로 부실을 덮어 왔는데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서 곪은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관세 충격까지 본격화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倒産)마저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2분기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연체율은 더 치솟고 부실 대출 규모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이 절실하지만 내수 진작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리 인하도, 대규모 추경도 못한다. 한계 상황은 터지기 직전이라는 뜻인데, 만약 무너진다면 경제 파탄마저 걱정스럽다.
댓글 많은 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확정…TK 출신 6번째 대통령 되나
김재섭, 전장연 방지법 발의…"민주당도 동의해야"
이재명 "함께 사는 세상 만들 것"…이승만·박정희 등 묘역참배
文 "이재명, 큰 박수로 축하…김경수엔 위로 보낸다"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