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동맹' 넘어 '혈맹', 북한군 파병도 공식 확인

입력 2025-04-28 16:40:01

北, 20세기 북-중 혈맹, 21세기 북-러 혈맹
한반도 전쟁시, 러시아 개입 가능성 높아져
한-미 정부 "범죄행위 자인" 강력 규탄 성명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략적 새 파트너십 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략적 새 파트너십 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에는 중국과 혈맹 관계였는데 21세기에 들어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수많은 군사를 동원했고 북한은 러시아 본토 수복을 위해 군대를 보냈다.

러시아는 26일(현지시간) 북한군의 지원을 받아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군사 동맹 관계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모스크바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 북-러 동맹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 북한군 파병 첫 공식 확인

크렘린궁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화상 회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화상 회의에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해 중요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따라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약에는 유사시 상호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도 28일(현지시간) 북한군의 파병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 전쟁시, 러 개입 가능성 높아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를 공개하면서 러시아는 북한과 혈맹 구축의 의미를 대놓고 부각하고 있다. 북-러 혈맹이 구축되면, 한반도 전쟁 시에도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 병사들은 북-러 조약에 따라 쿠르스크에서 우리 군과 한 참호에서 어깨를 맞대고 피를 흘리며 싸웠고, 적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 영토를 해방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는 김 위원장이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이 행사에는 러시아의 주요 우방국 정상들이 참석하기 때문. 다만,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경험이 없고 장거리 이동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 등이 변수다.

김 위원장의 방러와 관계없이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 발표로 전승절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쿠르스크 해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마지막 수복 마을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공개하며 자축하고 있다.

◆한·미의 강력 규탄 "범죄행위 자인"

한국과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북한군 공식 파병 인정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한국 정부는 27일 성명을 통해 "범죄행위를 자인한 것"으로 반발했으며, 미국 국무부도 "북한군 파병과 러시아의 대가성 대북 지원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직접적인 전쟁 개입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 같은 제3국이 전쟁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북한은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문을 공개하고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