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성군 향해 산불 책임론 제기…5개 시·군 분열 조짐

입력 2025-04-28 16:19:54

초기 진화 실패 두고 경북도·의성군 책임론 대두…특별법 제정·복구 계획 수립 앞선 지역 내 갈등 우려

지난달 26일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26일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 중 일부 지자체 주민들이 경상북도와 의성군을 겨냥해 산불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은 경북도와 의성군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북도와 5개 시·군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복구 대책 수립 등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일부 주민들이 지역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불 피해를 입은 A지자체 주민들이 최근 '산불 피해보상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해당 주민들은 의성 산불에 대해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확산, 피해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의성 산불이 확산하기 이전 산불 지휘권자인 의성군수와 대응 단계 격상 이후 진화 작전을 지휘한 경북도지사·산림청장을 향해서도 초기 진화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B지자체 주민들도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산불의 확산 방향·시점 등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며 주불 진화에 성공하지 못한 경북도·의성군 등을 향한 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민들은 "의성에서 주불 진화에 성공한 뒤 강풍을 타고 다시 확산했다면 수긍할 수 있다"며 "하지만 불이 나고 사흘이나 지나서 확산된 점을 고려했을 때 완벽한 초기 대응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단체장들은 일부 주민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산불 피해 지역인 5개 시·군 중 의성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시장·군수는 초선(안동·영덕), 재선(청송·영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전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주민들의 주장에 단체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북도와 의성군에 산불 책임을 묻는다는 건 일부 주민 주장일 뿐, 지역의 공식 입장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산불 피해를 기회로 지역 내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보다는 특별법 제정과 피해 복구 계획 수립 등을 위해 지역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 발생한 산불이 밤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 당국은 해가 지자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 발생한 산불이 밤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 당국은 해가 지자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