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봇 개발팀 하드웨어 부문으로 이관…AI 총괄에서 분리

입력 2025-04-25 10:00:00

애플 로고와 대표 제품인 아이폰. 연합뉴스
애플 로고와 대표 제품인 아이폰. 연합뉴스

애플이 그동안 비밀리에 추진해온 로봇 개발 조직을 인공지능(AI) 부서에서 떼어내 하드웨어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이달 말까지 로봇 프로젝트 팀을 기존 AI 총괄 부서에서 분리해 하드웨어 조직에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직 이동으로 로봇 프로젝트는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터너스 부사장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애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로봇 개발팀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하드웨어를 탐색해온 부서로, 이들이 하드웨어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제품화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3월에도 음성비서 시리(Siri) 개발 조직을 AI 총괄 체계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로써 단기간 내 AI 조직에서 두 개의 핵심 프로젝트가 독립적인 리더십 아래로 이관되는 셈이다.

현재 애플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은 전 구글 임원이었던 존 지안안드레아로, 그는 머신러닝 및 AI 전략 수석 부사장직을 유지하며 회사의 인공지능 연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시리와 로봇이라는 굵직한 부문들이 그의 조직을 벗어나면서, 지안안드레아의 역할 변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봇 개발팀의 실무는 과거 애플 워치 소프트웨어 개발과 중단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케빈 린치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왔으며, 블룸버그는 이 팀이 AI 팔이 장착된 아이패드 형태의 테이블탑 로봇, 그리고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봇 형태의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리 개발 조직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마이크 록웰 부사장이 맡아오고 있다. 시리 조직 역시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 기획과 연계된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AI 총괄 조직과는 별도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안안드레아의 조직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AI 모델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최근 애플의 음성 인식 기술 개발 지연과 AI 브랜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저조한 성과로 인해, 지안안드레아의 조직 내 입지는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안안드레아가 더 이상 새로운 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그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쿡 CEO가 그에게서 주요 프로젝트를 차례로 분리시키고 있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는 시각이 있다.

애플 측은 로봇 프로젝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향후 어떤 제품이 출시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봇 팀의 하드웨어 부문 이동은 향후 애플 제품 전략과 조직 개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변곡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