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30년 화업 여정 한눈에…이태량 작가 개인전

입력 2025-04-18 15:41:42

5월 29일까지 칠곡 갤러리 오모크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태량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태량 작가. 이연정 기자

"누군가는 회고전 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냐고 하던데, 막상 해보니 지금까지의 작업을 정리하는 한편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자극제가 되네요."

'헤르메틱 회화의 여정: 이태량의 30년' 전시가 갤러리 오모크(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366)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이태량 작가가 1995년 첫 개인전 이후 30년을 맞아, 시기별로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회고전 형식의 전시다. 크게 ▷물리적 특질의 시기(1995~2009) ▷사물과 사실의 시기(2010~2016) ▷무경 연작(2016~현재) ▷명제형식의 시기(2016~2023) ▷헤르메틱의 시기(2023~현재)로 구분해 화업 여정을 총망라했다.

초기 작품 성향이 돋보이는 '물리적 특질의 시기'에는 나무나 철판, 고서적, 활자 등 다양한 오브제를 콜라주한 작품이 돋보인다. '사물과 사실의 시기'는 그가 몽골 등 여행에서의 기록과 함께, 앤디 워홀 등을 소재로 작업한 동시대 문화의 기록적 성격을 띤다.

무경 연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동양화와 서양화, 전통과 현대, 실재와 허구, 구상과 추상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듯한 산수화다.

그는 "무경은 '경계가 없다'는 뜻이다. 2016년 겸재정선미술관 기획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면서, 겸재의 진경산수를 재해석한 이태량의 산수화가 궁금해 시도해봤던 것"이라며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과 완도 세연정의 풍경을 섞어서 표현한 무경 작품 등 자유롭게 이런저런 시도들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량, 다섯 개의 희망 Five hopes, 2025, oil on canvas, 100×80.3cm
이태량, 다섯 개의 희망 Five hopes, 2025, oil on canvas, 100×80.3cm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그가 7년여 간 천착한 '명제형식' 작품도 눈에 띈다. 의미를 언뜻 알 수는 없지만 철학적 의미가 담긴 숫자와 기호, 텍스트들이 화면에 한데 어우러졌다.

"명제는 참과 거짓이 분명하죠. 하지만 그것을 가릴 수 없는, 명제 너머의 것도 존재합니다. 그건 예술로만 통하고, 그렇기에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은 그저 명제 너머의 알 수 없는 것을 통하게 하는 매개체일 뿐이죠."

비교적 근작인 헤르메틱 연작은 훨씬 자유로워진 화풍이다. 철학적인 무거움을 덜어내고 물감과 붓질이 뒤엉키며 나오는 결과물, 즉 회화의 본질에 좀 더 집중했다.

그는 "헤르메틱은 그리스 신화 속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서 따온 말"이라며 "물감과 오일이 섞이며 일으키는 화학적 반응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치유의 에너지로 가닿길 기대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회화뿐 아니라 미디어,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30년 간 붙잡고 이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작가는 스스로에 대한 갈급함과 기대가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구체적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것은 없어요. 무책임할 수 있지만, 그냥 끊임없이 뭔가 나도 모르는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죠. 더 뭔가 나올 것 같은 데 하는 갈급함과, 과연 내가 어디까지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이어나갑니다.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게 없는 것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것 같아요."

전시는 5월 29일까지.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