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성소병원 "의성 산불 피해마을 찾아 주민들 몸·마음 치유나서"

입력 2025-04-17 15:14:31 수정 2025-04-17 19:45:06

16일, 의성 점곡면 운암리서 의료진 20명 참석 무료진료
주민들, 일평생에 처음 본 화마 공포 '홧병에 우울증 생겨'
경로당 빨래줄에 영양수액 걸고 10여명씩 7차례 수액놔
이재민 일상회복·피해복구, 3천만원 대한적십자사 전달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1리와 사촌리를 찾아 무료 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1리와 사촌리를 찾아 무료 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안동성소병원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리와 사촌리를 찾아 20여명의 의료진들이 주민 무료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안동성소병원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리와 사촌리를 찾아 20여명의 의료진들이 주민 무료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지난 16일 오전 10시쯤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 온 산천이 시커멓게 변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1리. 마을 어귀 들녘에는 하얀 민들레꽃, 제비꽃 등이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서남북 사방의 산을 덮친 산불이 결국 점곡면 운암리 마을까지 삼켰다. 화마가 지나간지 한 달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불길은 운암1리 40여 호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일렁거린다.

안동성소병원은 이날 마을 경로당에서 의료진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안동성소병원은 내과와 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정신과 진료과장 등 5명의 전문의와 간호사와 임상심리상담가 등 20여명의 의료진이 운암1리와 사촌리 두 마을 70여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21살에 운암1리로 시집와 70년을 살아온 김갑녀(89) 할머니. 닥쳐오는 불길 탓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피난 나와 점곡체육관에서 3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보내고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김 할머니는 "홧병이 생겼어요. 그날이 자꾸 떠오르고, 생각만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장병도 도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위로하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서 좀 나아질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임종우 성소병원 의료봉사단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에게 약 처방과 영양제 수액을 맞고 비타민 한 통을 받아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무겁다.

임종우 과장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정닌적,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갖고 계신다"면서 "주위에서 말벗이 되어주는 등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고 말헀다.

60대이지만 청년이라는 이운희(63) 운암1리 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난 간 뒤에도 소방대원들과 함께 마을로 내려오는 산불과 싸워야 했다.

이 이장은 "나는 괜찮으니 어르신부터 진료를 봐 달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진료를 미뤘다. 63년 동안 운암1리에서 살아온 그도 몸과 마음이 상했지만 마을 어르신부터 챙겼다.

경로당 거실과 큰 방을 가로지른 빨랫줄에 영양수액을 임시 걸이대로 사용해 한번에 10여 명씩 일곱 차례에 걸쳐 영양제가 들어간 수액을 놓았다. 마을 경로당 사랑방이 병원 주사실 기능을 한 셈이다.

이날 안동성소병원 경영진과 직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3천만원을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회장 김재왕)에 화재피해 지역 성금으로 전달했다.

김종흥 병원장은 "막상 화재 현장을 둘러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안동성소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함께 무료 진료하고 성금을 전달하는 작은 봉사활동은 116년간 지역민들께서 성소병원에 보내주신 깊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1리와 사촌리를 찾아 무료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지난 16일 산불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군 점곡면 운암1리와 사촌리를 찾아 무료진료를 펴고, 경북 적십자사에 산불피해 성금 3천만원도 전달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