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찾아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선다. 최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안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만날 전망이다. 협의 방식은 미정(未定)이지만 재무·통상 당국자들이 함께 만나는 '2+2'식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협상이 보다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상호 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동안 15개 주요 무역 상대국 중 중국을 제외한 14개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영국·호주·인도·일본 등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겠다면서 일부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17일부터 시작되는 미·일 관세 협상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일본에 부과할 24% 상호 관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무역 적자 해소, 엔화 약세 개선, 방위비 분담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특히 자동차와 쌀에 대한 불만이 큰데, 일본도 이에 대응해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와 방위비 분담을 연계하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까지 끌어올린 방위 관련 예산 확대와 주일미군 주둔(駐屯) 경비 추가 요구에 대응해 미국산 무기와 항공기 추가 구매 등을 협상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가스, 원유, 농산물, 무기 구매와 자동차, 반도체 등의 미국 생산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노력과 함께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을 제시해 상호 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최대한 낮춘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은 장기(長期) 협상으로 끌고 가고, 주한미군 분담금 상향 문제도 최대한 시간을 끄는 편이 유리하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으로선 90일 동안 주요국들과의 긍정적 분위기를 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판단할 수 있다. 국익을 가늠할 협상의 기교(技巧)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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