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 하원 시간이에요"…1인가구 직장인 사이에서 '댕댕이 유치원'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알바' 내 펫시터 공고도…"대신 산책 시켜줄 분 구해요"
숙박 연계한 댕댕이 항공권도…다양한 펫 프랜들리 관광 서비스도 활발
#30대 김모 씨는 워킹맘이다. 김 씨의 자녀는 바로 1살 반려견 토미. 오늘도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 씨다. 10분 뒤에 토미를 데리러 올 유치원 등원 버스가 도착하니 오늘 더더욱 서둘러야 한다! 5개월 전, 점점 성견이 돼가는 토미를 보며 1인 가구인 김 씨의 고민이 깊어졌다. 자신이 출근하면 혼자 남을 토미가 걱정된 것.
김 씨가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반려동물 유치원'. 딱 다섯 마리만 관리하는 소수 정예 유치원이라는 것이 김 씨의 구미를 당겼다. "그럼 좀더 세심하게 산책도 시켜주겠지…" 김 씨는 마음이 놓인다. 최근 토미네 유치원에서 반려동물 전문가가 오기 시작했다. 산책도, 양치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는다고 생각하니 설렌다는 김 씨. 하원한 토미의 표정이 밝아보이는 것이,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다른 것 같아 김 씨는 만족스럽다.
◆댕치원, 댕시터…펫위탁·숙박 서비스 활발
1인 가구 위주로 반려동물 양육인의 수가 증가하니 펫 호텔, 펫 유치원 등 돌봄 시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직장이나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증가해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줄 공간이 필요해진 것.
펫 유치원은 재중인 보호자를 대신해 반려동물에게 다양한 돌봄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펫 호텔은 숙박형 시설이다. 보호자가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중장기간 비울 때 반려동물을 펫 호텔에 맡기곤 한다.

16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러한 펫 유치원과 호텔 등을 포함하는 동물위탁관리업은 전국 5천714곳이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792곳 ▷경기도 1천720곳 ▷부산 426곳 ▷인천 331곳 ▷대구는 280곳 등이다.
유치원 등 돌봄 시설이 불만족스러운 반려인들은 '당근 알바'로 펫시터를 구하기도 한다. 김 씨의 경우처럼 소수 정예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돌봄 시설은 값이 비싸고도 그 수가 적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반려동물들을 케어하는 시설보다는 아예 펫시터를 구하는 것이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 당근알바 플랫폼에는 '반려동물 돌봄'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해당 게시판에는 강아지 산책이나 단 시간 케어를 부탁한다는 공고가 올라온다.
당근 알바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강아지' 키워드가 포함된 반려동물 돌봄 아르바이트 공고 1개당 평균 지원자 수는 두 자릿수를 넘는다. 지원자 수가 한 자릿수인 아르바이트 공고가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자 수가 많다.

◆이색 펫서비스에 관광객도 몰린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펫 시터 아르바이트, 펫 호텔 등 서비스 영역을 넘어 푸드, 헬스케어, 제약, 테크 등으로 다양하게 확산 중이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 산업을 의미하는 신조어 '펫코노미(Pet+Economy)'도 등장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중국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위주로 반려동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대표적이다. 지난해 중국 도시 지역의 반려동물 소비시장 규모는 이미 3천억 위안(약 59조1천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 상해 광둥성 선전시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버스 노선도 생겼다. 반려동물과 함께 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와이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지역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몰린다.
한국의 상황도 중국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한 반려동물 수는 2022년 9천185마리에서 지난해 1만4천356마리로, 2년 새 56.3%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반려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메종 글래드 제주와 국내 항공사 최초로 반려견 전용 여행상품인 '펫 에어텔'을 출시했다. 펫 에어텔은 반려동물(pet)과 항공사(airline), 호텔(hotel)을 섞어 만든 말로 반려동물 비행기 항공권과 동물 동반 호텔 숙박권을 합한 패키지 상품이다.
교원그룹이 경북 경주시에 문을 연 펫 프렌들리 호텔 '키녹'도 댕댕이 가족 사이에서 화제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문을 연 뒤 지난 달까지 반 년 만에 7천마리가 넘는 반려견이 방문했다.
키녹의 내부는 반려견을 위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키녹 전 객실에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기능성 친환경 바닥재와 저상형 가구가 설치됐다. 또 소리에 민감한 반려견을 위해 초인종 대신 초인등이 켜지고, 뼈가 약한 소형견들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됐다. 반려견 침대는 별도 커버가 마련됐다.

◆"여기로 오세요"…정부·지자체, 반려동물 친화정책 봇물
추세에 발맞춰 한국도 내외국인 관광객을 사로 잡기 위한 다양한 반려동물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려동물과 동반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특정 도시를 선정해 반려동물 도시로 만드는 사업에 나선 것.
지난 2월 경북 경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공모를 실시한 2025년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에 대표 도시로 선정됐다. 경주시는 4년 동안 국비 10억원을 받아 반려동물 친화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보문관광단지를 거점으로 대규모 테마파크인 '펫피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원도 강릉시에도 '펫파크'가 생긴다. 이곳은 반려동물 놀이터를 비롯해 견주와 반려견이 공원 주변을 함께 산책할 수 있는 폭 2m의 '동반 산책로와 중앙광장, 견주들의 휴식공간인 '커뮤니티 쉼터' 등을 갖출 전망이다.

이는 이미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반려인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은 맞춤형 이사 지역을 찾아주는 '살고 싶은 우리 동네' 서비스에 반려 가구의 취향과 선호를 적용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동물병원,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체, 공원 등 요소를 파악해 '반려동물 가구가 이사하기 적합한 지역'까지 추천해준다.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설이나 기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공펫시터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대구 달서구의회는 '펫시터(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전문가) 활성화 및 반려동물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공공 영역에서 펫시터 사업을 활성화할 대책을 논의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임미연 달서구의회 의원은 "공공에서 반려동물 위탁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공공 펫시터 조례를 만들 예정이다"며 "그 전에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고, 보다 효율적인 제도 정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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