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활절…"어둠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과 회복을 실천하길"

입력 2025-04-17 10:10:54 수정 2025-04-17 10:17:30

대구 기독교·천주교 지도자 메시지

이관형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와 이관형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루카 24,7)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우리의 삶은 영원한 생명과 비로소 하나가 되었고, 그 하나로 모든 생명체가 하느님의 기쁨과 영광 안에 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교구민 모두의 삶이 고귀하고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아픔과 좌절과 절망은 부활의 시간 앞에서 그 힘을 잃었습니다. 우리에겐 영원한 생명을 살아갈 권리와 그 권리에 따른 책임이 분명히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기쁨과 희망과 영광이 모든 생명체를 향한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보다 분명히 부활을 선포하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은 한순간의 간절함이나 기대치 않은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활은 유다 사회가 그토록 기다린 구원의 완성을 위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마지막 시간, 종말의 때에 하느님께서 직접 인간 역사 안에 함께 하시고 그분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가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유다 사회는 지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자 보상이었습니다. 부활의 기쁨은 기다림의 간절함을 담아내는 기쁨이며 지난 역사의 수많은 조각들이 하느님의 섭리를 그려나가는 고귀한 작품임을 깨닫는 애틋한 기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부활을 기억하고 기뻐하는 이유는 우리 삶의 수많은 얼굴들에 대한 사랑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부활을 축하하는 오늘, 우리 교회는 우리나라의 아픔과 갈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의 시간 한 가운데 머물고 있습니다. 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지금의 시간 안에 살아내고 있습니다.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시간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마냥 슬퍼할 수만 없는 시간을 고민하고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활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제 몸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내는 인고의 삶을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복음서들은 부활의 이야기 안에 십자가의 말씀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부활 성야에 울려 퍼지는 루카 복음의 말씀이 그러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루카 24,7) 십자가는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과 이어놓는 유일한 길이고 모범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1서에서 서로 갈라져 다투며 반목하는 코린토 교회를 향해 십자가가 '하느님의 가장 강한 힘'이며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통해 모두가 '한 몸'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1코린1,18;12,27) 십자가는 고되고 힘들고 아픈 길이지만 그 길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끝내 이루어낸 하느님의 구원 방식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들이 힘들수록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 방식을 배우고 익히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욱 견고히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상대를 미워하고 단죄하는 것은 부활을 사는 이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상을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요한 13,1)께서 우리와 함께 늘 살아계시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사랑 안에 하나 되기 위해서입니다.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우리에게 부활은 이제 사랑할 이유와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역사의 모든 불행은 나와 다른 이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저 혼자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어리석은 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이 살아가는 부활의 시간은 서로에게 세심하고 진지하여 한 몸으로서의 신앙적 열정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하느님의 초대이며 바람입니다.

혼자서는 힘든 일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 교구민 모두가 갈라지고 대립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또 다른 십자가가 되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로 함께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 안에 사랑으로 함께 하십니다!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관형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관형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오늘 우리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서울 면적의 60%에 달하는 산림을 삼켜버렸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은 잿더미가 된 집과 과수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대립과 이념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광장에서는 서로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목소리들이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과 사회는 갈등과 불신 속에서 점점 분열되고, 빈부격차는 물론 세대 간, 지역 간, 남녀 간의 갈등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갈등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키워가는 극단적 집단들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고통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세계 또한 평온하지 않다. 한때 문화와 인종, 국경의 경계를 허물며 '지구촌'을 노래하던 흐름은 사라지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곳곳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남과 북 사이의 긴장 또한 평화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기후변화, 난민 문제, 인권 침해, 극단주의 테러, 과학기술과 윤리의 충돌 등 오늘날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복합적인 절망의 수렁 속을 헤매고 있다.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돌아가신 '고난의 금요일'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도 고통의 신음으로 가득하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어느 때보다 부활의 소식을 필요로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성경의 약속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

그 부활은 단지 상징이나 신화가 아니다. 초대교회의 사도들과 수많은 증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실제로 목격했고, 그 믿음을 증언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았다. 빈 무덤과 제자들의 극적인 변화, 그리고 이후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 교회의 역사는 부활이 단순한 종교적 환상이 아니라 역사적 실재임을 힘 있게 증거한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분명 어렵고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부활은 우리에게 말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 죽음을 이기신 생명의 능력이 너희와 함께 있다." 부활은 절망을 딛고 소망을 노래하게 하는 힘이다.

이러한 믿음을 고백하는 교회는,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부활 신앙은 단지 내세의 소망이나 개인적 확신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무덤 같은 현실 속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구체적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교회는 절망의 골짜기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를 위해, 화해와 포용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활 신앙을 가진 이들의 책임이며 사명이다.

예수님, 부활하셨다.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 그분의 생명이 오늘도 우리 곁에 계신다.

그 부활의 능력이, 오늘도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부활의 소망을 붙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사랑과 회복을 실천하는 작은 부활의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