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치킨게임'에 낀 한국 "위기를 기회로" 전략 모색

입력 2025-04-13 15:57:33 수정 2025-04-13 19:58:11

관세전쟁에 중간재 공급망 피해 불가피…中·유럽서 경쟁 벌일 수도
車·배터리 中 대체재로 눈길…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거대한 충돌의 진원지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본 관세율을 10%로 조정했다. 그러나 중국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기존 20%를 더한 총 14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양국 간의 관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자, 미국과 중국 모두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은 공급망을 통한 간접 피해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 6천838억달러 중 대중국 수출은 1천330억달러, 대미 수출은 1천278억달러로 각각 19.4%, 18.7%를 차지했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8%를 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78.4%가 중간재이며, 이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고위기술 품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자제품, 가전, IT 기기 등에 한국산 부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곧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관세 전쟁에 따른 반대급부로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추면 EU 시장을 두고 중국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관세로 인해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EU로 눈을 돌릴 수도 있어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대중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제3국 수출에도 간접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차 및 배터리 등 일부 산업은 이번 관세 전쟁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분야로 지목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12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는 당장 위기에서 벗어났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조치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경우 한국 제품이 대체재로 부상할 수 있다"며 "대체 수출 시장 발굴을 위한 시장 개척·현지진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