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시나리오? 시장에 백기 든 트럼프 "중국만 저격"

입력 2025-04-10 16:46:26

채권시장 경고 신호, 월가·정치권 반발 등 작용한 듯
베선트 미 재무 "처음부터 대통령의 전략"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협상 책임자

미국의 중국을 직접 겨냥한 관세 정책으로 홍콩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컨테이너선.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빨리 타계책을 찾아야, 세계 무역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의 중국을 직접 겨냥한 관세 정책으로 홍콩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컨테이너선.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빨리 타계책을 찾아야, 세계 무역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G2 국가(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계획된 시나리오인가?"

미국이 관세 전쟁의 타깃(목표)을 중국으로 잡았다. 전 세계 독보적인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심산인데, 지구상에 두 개의 태양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중국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을 태세로 미국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만 제외하고, 관세 90일 유예

전 세계 교역상대국에 관세 폭탄을 안기고도 꿈쩍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시장의 위험 신호와 월가의 반발, 정치권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했지만, 경제적·재정적·정치적으로 이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취임 전부터 내세워온 대표적인 정책에서 갑자기 '유턴'한 것은 불공정한 세계 무역체제에서 미국인들을 해방시키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이나 정치권, 지지자들의 반발을 여전히 무시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산 운용사 SLC의 덱 멀라키 대표는 "이번 관세 유예 조치는 그가 시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자신이 과도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전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마켓에서 팔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피규어(인형). 중국산에 대한 폭압적인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인들의 반미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한 마켓에서 팔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피규어(인형). 중국산에 대한 폭압적인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인들의 반미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부터 각 국과 본격 협상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대한 관세 부가를 90일 유예했다. 일본, 한국 등과 협상을 시작했으며, 월가에서 대통령의 측근 중 가장 신뢰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무역협상 책임자로 지명했다.

백악관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팀에 상호관세 등과 관련해 국가별로 맞춤형 협상을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파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의 영향력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검토하면서 베선트 장관이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고 나바로 고문은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 전면 유예로 방향은 튼 것은 미국 국채 시장의 급락세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 시장의 반응 때문에 상호관세를 유예했냐는 질문에 "난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면서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경제학자들도 금융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향 전환을 처음부터 계획된 '큰 그림'의 일부로 설명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9일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strategy all along)으로 표현하면서 75개국 이상의 국가들을 협상에 불러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