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이란 '선물' 기대하고 트럼프 만난 네타냐후, 빈손 귀국

입력 2025-04-10 16:50:06

선제적 '0%' 대미관세도 안통해…트럼프 "이스라엘 엄청 돕고 있다" 면박
미·이란 대화 깜짝발표에 군사압박 기대 '와장창'…앙숙 에르도안엔 칭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사실상 빈손 귀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자 관세 협상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첫 정상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CNN 방송은 9일 수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선물에 익숙해졌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엔 명확한 성과나 미국의 약속을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안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17% 관세율을 매겼다. 이스라엘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전부 철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호관세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소득이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대미 무역 흑자를 빨리 없애고 무역 장벽도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우리는 이스라엘을 엄청나게 돕고 있다. 우리는 매년 수십억 달러씩 이스라엘에 지원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최애' 주제 중 하나인 이란 문제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회담 며칠 전부터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번 만남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논의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마침 인도양에 미군 B2 폭격기가 배치되고 중동에 항공모함이 추가 배치되면서 이스라엘 안에서는 대이란 군사 공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었다.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미국과 이란이 직접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회담이 오는 12일로 임박했다는 발표에 당황한 듯 보였다고 한다. CNN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이 미·이란 회담 발표를 분명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회담에 관해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 혹은 사전에 협의했는지 등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귀국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설명하는 영상 성명을 내고 이란 핵 인프라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핵 관련 회담을 지연시킨다면 군사적 선택이 가능하다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장시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 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자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가장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는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감을 꾸준히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등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