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 고환율·내수 부진…대구경북 기업들 "탈출구 안 보인다"

입력 2025-04-09 17:30:53 수정 2025-04-09 21:11:32

원·달러 환율 1,484.1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호관세 발효 무역분쟁 위기감 고조, 원화가치 하락
지역기업 고환율에 내수 부진, 금융비용 부담 '삼중고'

고환율에 내수 부진,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9일 대구 동구 안심공업단지 내 건물 앞에 부지매매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은빈 기자
고환율에 내수 부진,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9일 대구 동구 안심공업단지 내 건물 앞에 부지매매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은빈 기자

상호관세 발효로 '무역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증시는 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국제 정세에 따라 '환율 널뛰기'가 거듭되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지역업체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9일 국내 자금중개사 서울외국환중개(SMB)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주간거래 종가)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484.0원으로 출발해 장중 1,487.5원을 찍었다.

상호관세 시행일까지 협상을 통한 세율 인하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1시 1분을 기점으로 한국(25%)과 중국(104%)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날 환율은 연초보다 17.5원(1.19%), 1년 전보다는 129.2원(9.53%)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1,370원 안팎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을 계기로 상승세를 탔고, 당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며 1,400원 위로 뛰어올랐다.

증시의 경우 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40.53포인트(-1.74%) 하락한 2,293.70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2,3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2023년 10월 31일(2,273.97)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도 15.06포인트(-2.29%) 내린 643.39로 마감했다.

지역기업들은 고환율에 내수 부진,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원자재 수입이 필요한 업체 위주로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자상환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장용호 iM뱅크 성서공단영업부 기업지점장은 "환율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다수 있다. 수입 업체의 경우 외화로 결제하다 보니 동일한 수량으로 물품을 들여오더라도 환율 차이에 따라 대금결제 부담은 커지니 어려움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상호관세 충격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 위안화 급락 등이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공산이 높다"면서 "국내 성장률 하향 조정 분위기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 내린 2,293.7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6포인트(2.29%) 내린 643.39로 장을 마쳤다. 한편 15시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 내린 2,293.7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6포인트(2.29%) 내린 643.39로 장을 마쳤다. 한편 15시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