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회의장 제안 개헌론 부정적…목전에 둔 대권 의식했나

입력 2025-04-07 17:24:33

우원식 국회의장 조기대선일 국민투표 실시 등 개헌 제안…국민의힘도 긍정적
이재명 "개헌 필요하지만, 내란 종식 먼저…논쟁 격화 시 국론 분열 원인 우려"
李, 대장동 재판 증인 5번 불출석…법원 "더 소환 안해" 과태료 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이 공개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이 공개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탄핵당한 당은 차기대선 포기해야 한다" 발언이 담긴 영상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 주도로 쏘아 올려진 개헌론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개헌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거부하는 배경에는 목전에 둔 대권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 문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 기본권 강화 등을 거론하면서 논쟁의 여지가 큰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고 격화될 경우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하면 될 것"이라며 조기 대선과 동시 개헌에 대해선 부정적 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우 의장은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하면서 즉각적인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탄핵 인용이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만큼 개헌 논의 이슈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경우 프레임 전환으로 계엄 사태의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책 마련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과거 대선 공약에 담았었고, 지속해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만큼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내란 종식과 대선 일정을 이유로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이다.

대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개헌으로 당선 후 권력을 무리하게 축소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또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판 진행도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혐의 속행 공판에 다섯 번째 불출석했다.

검사 측은 "(이 대표 측이) 너무나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그에 대해 사법부도 사실상 법 적용을 거부해 매우 유감"이라며 반발했으나 재판부는 "구인은 구속영장을 준용하게 돼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거듭 불출석한 이 대표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28일 과태료 500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 대표는 과태료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이 대표 증인신문 없이 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