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김영경] 사교육이 알려주지 않는 학생의 미래

입력 2025-04-06 19:14:09 수정 2025-04-06 22:06:20

김영경 사회부 기자
김영경 사회부 기자

몇 해 전 화제가 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부모는 자녀의 서울의대 입학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한다. 입시 코디는 학생의 내신 성적 관리는 물론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 대학 입시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관리해 준다.

당시 드라마가 최상류층 집안 자녀의 입시 전쟁을 풍자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이러한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대입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늘어나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학종은 학생부를 위주로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즉 학생들의 3년간의 학교생활 기록이 대입을 위한 주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수능이 점수 위주의 정량(定量)적 평가를 한다면, 학종은 대학이 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 태도, 잠재력 등을 정성(定性)적으로 평가한다. 사교육 시장은 이러한 정성 평가에 익숙지 않은 학생, 학부모들의 불확실성을 틈새로 파고든다. 이들은 이른바 '합격하는 학생부'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목 설계, 보고서 첨삭 등 학생부 전반을 관리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좀 더 매력적인 학생부를 만들면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해질 거라 판단한 학생, 학부모들은 주저 없이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취재 결과 학생부 사교육 컨설팅은 강남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횡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대구 지역 입시 컨설팅 업체가 2020년 4곳에서 지난해 30곳으로, 5년 새 7배 이상 증가한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업체들은 학생부 관리 명목으로 한 학기당 250만~300만원의 비용을 제시한다.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금액이지만 학부모들은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크게 아깝진 않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는 학종이 있는 자들을 위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종의 취지를 고려할 때 사교육 컨설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학종은 단순한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관심 분야를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수행하는 능동적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량은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학생 스스로 '자기설계-수행-검토-개선'을 통해 자신만의 학습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지역의 한 교사는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능동성, 회복탄력성 등의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차이점이 있다고 표현했다.

또 각 대학은 학종 선발 과정에서 학생들의 우수한 역량을 다각도로 검증하고 있다. 다수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의 진정성이 의심될 경우 면접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활동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을 통해 과도한 과장이나 불합리한 기록 작성이 이뤄졌다면 오히려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종에서 학생부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교육 컨설팅이 단순히 '대입'이라는 단기적 목적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자녀의 '인생'이라는 장기적 목적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부모, 입시 코디가 지휘자처럼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여한다면 자기주도성 향상에 오히려 해가 되진 않을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채워진 학생부와 사교육 컨설팅의 도움을 받은 학생부 주인의 미래가 결과적으로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