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수 횡포 있어도 헌법 틀 내에서 풀어야"

입력 2025-04-04 15:00:14 수정 2025-04-04 16:14:14

헌재, 尹 탄핵소추는 국회의 권한 남용 아냐
"국회 권한 행사 위법·부당해도 국가긴급권 행사 정당화 안 돼"
국회 향해 "소수의견 존중, 대화·타협 통해 결론 도출해야" 지적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권한 남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거대 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이례적인 탄핵소추를 추진했더라도 헌법의 틀 내에서 대응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판단으로 그간 벌어진 거야(巨野)의 '탄핵 난사'가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없이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점, 대통령 지위 탈취를 위해 소추권을 남용했는지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사위 조사 여부는 국회 재량이고,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는 의결 과정이 적법한 것은 물론 피소추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가 이례적인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일방적인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시도 등 전횡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헌재 측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탄핵심판 중 중지된 점 ▷2025년도 예산안에 관해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이 야당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윤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야당이 기여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언급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문 대행은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잇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이를 넘어선 권한 행사라고 본 반면 야당의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 등 행위는 민주주의의 틀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평가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는 거야가 주도하는 국회를 향한 비판의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행은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끌어온 국회에서 소수의견 존중이 없는 것은 물론 대화와 타협 정신이 실종된 점을 준엄하게 꾸짖은 게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