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덕] 산불 피해와 숲, 생태복원에 대한 성찰

입력 2025-04-02 15:40:53 수정 2025-04-02 18:39:23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

김용덕(사)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
김용덕(사)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가던 그곳, 해안 절벽 위에 따개비처럼 붙어 있던 마을의 집들이 사라졌다. 울주군, 산청군, 의성군… 산불은 바람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고, 삶의 터전과 추억을 모두 앗아 갔다.

그것은 한 마을의 역사, 한 세대의 눈물,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의 신음이었다. 갑작스러운 화마 앞에서 노인들은 약봉지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도망쳤고, 반려동물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집에 홀로 남겨졌다. 그 황폐한 풍경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왜 또 소나무를 심는가?" "왜 그토록 타기 쉬운 나무를?"

이 물음은 단순히 경제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생태적 복원력, 지역 토양의 특성,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잿더미 위에서 우리는 숲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자란다.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희망이자 생계의 수단이었다. 독림가들은 수십 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아왔다.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소나무는 생태적 오해로 인해 산불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되지만, 산성 토양과 얕은 토심에는 오히려 적합한 수종이다. 천근성(淺根性) 속성 수종인 낙엽송은 동해안처럼 강풍이 많은 지역에서는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눈이 많이 와도,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건 오직 소나무뿐이다.

우리 사회는 이 숲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던진다. 단일 수종의 위험성, 생태계 다양성 훼손, 벌채에 대한 규제 등 수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66.7%가 사유림임에도 불구하고, 산주들의 자율성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수종 선택, 벌채 허가, 산림 전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가 산주의 의지를 꺾고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자연보호중앙연맹은 1977년 창립 이래 47년간 전국 17개 시도, 100만 명의 회원들과 함께 자연을 지키는 길을 걸어왔다. 연맹은 단순한 환경운동을 넘어,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ESG), 생물다양성 보전, 전통마을 숲 생태계 서비스, 정기적인 자연 정화 활동, 시민과학자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해 연맹의 활동은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전국 단위의 생태계 회복 모니터링과 원인 분석, 지역별 맞춤형 재조림 활동, 드론을 활용한 감시 및 조기 대응 훈련 등 과학기술과 시민의식을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반복되는 산불 피해와 생태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첫째, 산림 정책은 지나치게 수종을 제한하고, 벌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산주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있다. 둘째, 숲의 세대교체는 30~50년생 중심의 숲을 생태적 수명 주기에 따라 분산해 조성해야 한다. 셋째, 산불 대응 체계는 여전히 사후 대처 중심으로, 예방과 조기 감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넷째, 우리나라 목재 산업은 국산재 활용률이 16%에 불과하고,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단일 수종의 조림은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생태계에 맞는 혼합 식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을 조화롭게 심는 방식이다. 또한 사유림 정책의 유연화를 통해 산주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과학자 기반의 숲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국산 목재의 고부가가치 산업화, AI 및 드론을 활용한 산불 감시 체계 도입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