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 김찬년씨, '내집 붙으면 마을이 불탄다' 70여채 마을 구해
의성 산불 발생 소식에 동력분부기 호스 하천에 담궈놓고 준비
이웃 대피못한 장애인 집 등 3, 4채 불 붙자 물 뿌리면서 진화해
"마을 입구에 있는 내 집이 불타면, 순식간에 이웃 집으로 번져 온 마을이 잿더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이집, 저집으로 번지는 불을 끄다보니 다리가 아픈줄도 몰랐습니다"
25일 오후 4시쯤 의성 고운사 뒷산과 맞붙은 갈라산 자락을 타고 산불은 안동시 남선면 구미리 양지마을 주변 산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미 주민대피령이 내려 모든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 김찬년(71)씨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홀로 집을 덮치는 불길을 잡았다. 자신의 집이 마을 초입에 있는데다, 바로 옆집에는 60대 장애인이 미쳐 피신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의성 산불발생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동력분무기 호스를 마을 앞 하천에 담궈두는 등 화재 진압을 스스로 대비해온 상태였기에 불길이 산을 덮치고, 집에 번지자 주저없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웃집과 자기 집, 바로 옆 2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씨는 동력분무기 호스를 당겨 이집 저집, 산을 오르내리면서 물을 뿌려 불을 껐다. 평소 다리가 불편했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특히, 산 중턱 썩은 나무둥치에 불이 붙어 집으로 굴러 내려오고, 이웃 집 뒤편 버섯 나무 둥치, 화목 보일러용 땔깜더미에 불이 옮겨 붙거나 위협받을때는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긴장된 순간이었다.
김찬년씨는 "당시 강풍과 미친듯이 널뛰던 불길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며 "이틀 후 마을 주민들이 돌아와 집들이 온전한 상태인 것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만으로도 뿌듯했다"고 말한다.

소방 전문가들은 주택이나 건물 등은 번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신속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안동 남후농공단지 전소 공장 10여곳도 불덩어리가 운영 중단된 공장에 떨어져 붙으면서 삽시간에 양쪽 공장으로 옮겨 붙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하고 있다.
한편, 안동지역에서는 사상 초유의 초대형 산불 재난상황에서 아픔을 함께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시민들의 모습들이 빛나고 있다.
화마가 덮치는 긴박했던 상황에서도 이웃을 위해 자신을 헌신했던 영웅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동지역 사회를 '함께 나누는 희망적 도시'로 만들고 있다.
임이재(임하면 오대2리) 임하면 후계농업경영인회장은 지난 25일 산불이 마을을 덮쳐 모두가 피신하던 순간에서도 농약살포기에 물을 담아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 물을 뿌렸다.
임 회장의 헌신으로 한 마을을 살려냈다. 일부 집이 산불에 피해를 당했지만, 이웃 마을들이 쑥대밭이 된 것과 달리 10채 가량의 주택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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