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분무기 약제 살포 보고 또 산불인 줄… 주민들 현장으로 뛰쳐나가
아궁이, 화목보일러도 무서워… "불 피우는 것 자체가 겁나"
경북 북동부 지역에 초대형 산불로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산불을 직접 겪지 않은 주민들마저 심각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청송군 진보면과 영양군 접경 지역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농약 살포기계인 SS분무기를 이용해 약을 치던 중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약제가 산불 연기처럼 보이자 주민들이 깜짝 놀라 현장으로 몰려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또 산불 난 줄 알고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토로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진짜 연기만 봐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며 "산에서 연기 비슷한 것만 피어도 불이 난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가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농촌의 화목보일러나 전통 아궁이를 사용하는 집들에서도 불을 피우기가 꺼려지는 상황이다.

영양군 수비면 한 주민은 "우리 집은 아직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물을 데우는데 요즘은 불 피우는 것 자체가 겁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불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 조심' 안내 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여기에 주변 친인척이나 이웃들의 피해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이들도 많아 이번 산불은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정서적 후유증도 깊게 남겼다는 평가다.
영양군의 한 마을 이장은 "불길이 오진 않았지만, 마을 어귀까지 소방차와 헬기가 줄줄이 지나가고 산 전체가 불타는 걸 눈으로 본 게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산에 연기만 보여도 사람들이 놀라며 서로 전화 돌리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심리전문가들은 대형재난 이후 이런 '비가시적 피해'도 지역 회복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눈에 띄는 피해는 없더라도 주민들의 일상과 정서에는 깊은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한 심리전문가는 "산불을 직접 겪지 않은 이웃마을 주민들조차 불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으로 고통받는 만큼 경북도와 각 지자체 차원의 정서 회복 프로그램이나 심리상담 지원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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