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정경진 '목련꽃'

입력 2025-04-14 06:30:00

2001년 '시현실' 봄호 등단…대구시인·문인협회 회원
2005년 중앙일보 주관 제1회 미당문학제 시부문 대상

정경진 시인의
정경진 시인의 '목련꽃' 관련 이미지

〈목련꽃〉

잠시 잠깐 정신없이 낮잠 자고 나서

후드득 기지개 켜는 꼬인 가지들,

한낮보다 더 크게 웃는 목련꽃

해 떨어지는 선잠 끝에 채찍질하는 바람 닿자

화들짝 놀라 물배 채워 계단 밟는

어린 구름 어루만진다

먼 곳의 해 가까이 얹어 놓은 가지들

그대로 머물러 있게

처진 어깨 에워싼 허기진 하늘 아래

꿈꾸는 밤 찾아와도 잠들지 아니하고

아가방 지키는 전깃불처럼 휘청거리며 깨어 있네

정경진 시인
정경진 시인

<시작 노트>

모두 불 끄고 잠든 깊은 밤 아가방은 환하다. 밤잠 설쳐대어도 환한 아기 웃음은 곤해진 엄마의 온몸을 거뜬히 일으켜 세운다. 한밤중에도 떨어지지 않게 지키는 목련 가지마다 목련꽃 환하다. 엄마의 마음도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