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목줄이라도 풀어주세요"…산불 속 남겨진 개들

입력 2025-03-26 07:58:59

대피소는 반려동물 동반할 수 없어
최소한 목줄이나 우리 문 열어두는게 피해 최소화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경북 북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목줄에 묶인 채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위액트 인스타그램

초대형 산불이 영남지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지 못한 개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전해졌다.

26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는 지난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한 경북 지역에서 동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액트는 "산불 발화 지점부터 수색을 시작해 인근 대피소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불길이 무서운 속도로 마을을 집어삼키고 있다. 어디선가 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놓칠 뻔한 소중한 생명을 가까스로 품에 안았다"라며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영상에는 빈 창고 안에 목줄이 채워진 채 갇힌 강아지의 모습이 담겼다. 강아지는 사람의 기척에 구조를 요청하는 듯 계속해서 짖어댔다.

또 다른 곳에서는 피투성이로 고무통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가 발견됐다. 지친 모습의 강아지는 사람을 보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강아지의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한 농장에서는 이미 불에 탄 동물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자는 "얘네들 다 탔다. 어떻게"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단체는 "급박한 재난 속에서도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불에 타버린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며 밥과 물을 챙겨주고, 차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경북 북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목줄에 묶인 채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위액트 인스타그램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목줄을 미처 풀어주지 못해 동물이 불에 타 죽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많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게 좋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최소한 동물의 목줄이나 사육되고 있는 우리의 문을 열어두는 게 동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재난 시 대피소에는 통상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어, 집을 잃은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마땅히 대피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3년 강원 강릉 산불 당시에는 소방대원들이 긴박한 진화 작업 도중에도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의 목줄을 풀어 반려동물의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산소 결핍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위액트'는 "긴급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반 대피소'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2022년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마련하면서 지자체에 '동반 대피소'를 지정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