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성토장' 된 삼성전자 주총…경영진 주주가치 제고 의지 재확인

입력 2025-03-19 16:47:18

한종희 대표 "뼈를 깎는 노력 아끼지 않겠다"
전영현 이사 선임 등 안건 모두 원안 가결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가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19일 밝혔다.

◆ 성토장 된 주총 경영진 연신 사과

한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 심의 과정에서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 주가 부진 이유와 주가 부양 대책을 묻는 주주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주가였다.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여름 8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실적 부진과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이 겹치면서 급락했고 6만원을 넘지 못하며 '5만 전자'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주총 의장인 한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당사는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사 기술경쟁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발 관세 이슈와 이에 대응하는 대상국 보복관세 움직임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주가 회복의 가장 확실한 열쇠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인수합병 추진, 투자환경 변화 대응

대형 인수합병(M&A)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추진 계획, 미국 관세 정책 및 대미 투자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 등을 둘러싼 주주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M&A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 확보는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 조건"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M&A가 중요한 전략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왔지만 아쉽게도 대형 M&A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대응책을 두고는 "멕시코와 중국 외 세계 여러 지역에 다수의 생산거점을 뒀으며, 생산 및 판매 거점 간 물류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며 "글로벌 제조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관세장벽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당사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에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며 밝혔다.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17일 서울 연합인포맥스에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17일 서울 연합인포맥스에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주주가치 제고 의지 재확인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4년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1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3개월간 1차로 취득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 2월에 완료했고, 2차로 시작한 3조원의 자사주 매입도 충실하게 진행해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일상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삼성전자의 노력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900여명이 현장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는 안건 심의와 표결 등이 진행됐다.

안건으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안건 표결 이후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각 부문의 올해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도 별도로 운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예년처럼 주주 편의를 위해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온라인 중계도 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