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김태일]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

입력 2025-03-25 13:00:00 수정 2025-03-25 19:31:39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청년 정책은 행정이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청년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자신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청년 정책이다."

김요한 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이 지방자치단체 청년 행정을 직접 책임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2022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이다.

처음에 이것을 읽고 오해도 했다. '청년 정책은 행정이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는 첫 마디가 '힘든 현실의 책임을 또 청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인가로 독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청년이 처하고 있는 어려움의 책임을 청년 자신의 탓이라고 말해왔다. 청년의 고통을 '청년들이 뜻을 크게 품지 않은 탓' '청년들이 노력하지 않은 탓' '청년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레 그렇게 짐작했던 것 같다.

김요한의 의도는 물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행정기관에서 공급하는 여러 가지 청년 지원 프로그램의 한계를 조심스럽게 고백한 것으로 보였다. 청년 문제가 국가정책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고, 각종 청년 정책이 쏟아져 나온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청년들의 어깨 위에 드리워진 삶의 무게는 크게 덜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인 것 같았다.

사실 그렇다. 정책의 가지 수로만 보면 우리나라 청년 정책은 녹록지 않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불안정한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일자리 불안과 소득 격차에 대응하는 정책, 주거 불안정과 높은 주거비에 대한 대책, 교육비 부담과 미래 준비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책들을 만들었다. 일자리, 주거, 교육비 문제는 당장의 삶을 지탱해 주는 절박한 과제였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일자리 부족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높은 주택 가격과 전세난으로 안정적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자산 형성의 어려움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청년기본법'을 만들어서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법적 기반까지 마련하였으나 이런 것들이 청년들의 삶에 얼마나 실질적 변화를 낳았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더더욱 크다.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여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활 기반 마련에 힘이 든다. 그리고 교육 및 문화 시설이 부족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역 경제와 사회 기반이 약해지고 있어서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일자리 창출, 주거 지원 확대, 교육 및 문화 기반 개선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과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청년 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청년이 직접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가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권한과 기회를 가질 때 청년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청년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어야 하며 청년 정치 역량을 강화하고 지도력을 길러야 한다.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는 것도 필수다. 문화적으로도 청년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 청년 참정권 확대와 정치 참여 시민교육도 해야 한다. 특히 지역 청년 정치 강화를 위해 지역 청년 정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청년 지도자를 양성하고 청년 정치를 위한 제도적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지방선거 청년 공천 비율을 의무화하여 청년들이 지역 정치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힘을 가져야 자신들의 삶을 바꾸는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의 '청년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청년이 자신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청년 정책이다'라는 말의 의미이다. 지방선거 전면 실시 50주년이 되는 해에 청년 정치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