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테슬라…폭락한 주가 반등 가능성은?

입력 2025-03-15 12:01:06

머스크 CEO 정치적 행보 오너 리스크 확산
하반기 로보택시 자율주행 서비스가 관건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업고 중국 BYD 정면대결

테슬라 모델S 차 운전석에 앉아 미소짓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테슬라 모델S 차 운전석에 앉아 미소짓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전기차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 테슬라가 갈림길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끌어올린 주가가 최근 일론 머스크 CEO(최고 경영자)의 정치적 행보로 확산한 반감에 단기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 예측도 엇갈린다. 테슬라가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반면, 전기차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 오너 리스크…주가 50% 급락

테슬라의 주가는 14일(현지시간) 뉴욕 증권시장에서 249.9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7일(488달러) 전 고점 대비 약 48% 하락한 수치다.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주간 단위 최장기간 하락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기관 축소, 대규모 인력 해고를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면서 그에 대한 반발이 테슬라를 겨냥한 불매운동과 테슬라 차량 등을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 미 경제매체 CNBC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가 전날 투자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머스크의 정치활동이 테슬라의 사업 펀더멘털에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모건스탠리 설문에서 올해 테슬라의 판매 실적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59%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응답자의 21%는 작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고, 나머지 23%는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그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은 일론 머스크의 정치활동 등을 문제 삼아 테슬라를 투자 제외 목록에 올리고 보유주식을 완전히 매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카데미커펜션 최고경영자(CEO)인 옌스 뭉크 홀스트는 이날 이메일로 배포한 성명에서 이런 결정을 밝혔다. 홀스트는 "인내심은 어느 순간 바닥이 난다"며 "우리는 이제 테슬라에 대해 그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테슬라 사이버트럭 세워두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백악관에 테슬라 사이버트럭 세워두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 테슬라 반등 가능성은?

테슬라의 반등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가 올해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출시를 예고한 로보(무인)택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올해 하반기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로보택시 출시가 올해 말로 예상되며, 규제 당국의 승인이 나면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가 딥시크와 손 잡고 AI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신의 눈'을 무료 배포한다고 밝히면서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높일 경우 테슬라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 강세론자들이 머스크의 도지(정부효율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세계적인 부정적 감정 앞에서 벽에 몰린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테슬라 강세론자들에게 중요한 시험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 주가가 중국업체 BYD(비야디)와의 경쟁, 예상보다 저조한 분기 실적, 낮아진 금리 인하 가능성 등 여러 문제로 압박받고 있다"면서도 "머스크의 정부 내 역할이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브스는 "워싱턴DC의 규제 철폐 양상은 연방 자율주행 도로 지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며, 우리는 이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금융매체 모틀리풀은 "머스크의 대통령 집무실 연설과 행정명령이 테슬라에 즉각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대통령과 머스크의 긴밀한 관계를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테슬라 차를 시승하고 구매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힘을 싣고 있다. 또 그는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테슬라 매장과 충전소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처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