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은 이재명 아닌 다른 인물 후보로 내야"

입력 2025-03-09 13:32:51 수정 2025-03-09 20:33:20

李 前 국무총리 본지 인터뷰
尹 석방, 헌재 판결 제한적 영향…탄핵심판 이후 국민 갈등 우려
"尹·李는 승복 선언 해야" 강조
외교 축인 한미동맹 견고해야…미국통 韓총리 빠른 복귀 필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매일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매일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은 8일 대구YMCA에서 열린 새미래민주당 대구시당 창당대회 참석 및 시국강연에 앞서 매일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한적이나마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용'에 무게를 실은 이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볼 때 민주당이 진정으로 확실한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성공적인 정권 교체로 성공적인 정부가 들어서길 바란다면 (이 대표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최근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며 강경 발언을 했던 이 상임고문은 이 대표와 갈등설과 관련해 "당이 같지 않은데 갈등할 게 뭐가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중도·보수를 겨냥한 '우클릭' 정책 행보에 속도를 내는 이 대표에 대해 "너무 자주 오락가락하면 사람들이 헷갈리고 신뢰를 못한다. 정책 전체를 좀 정합성 있게 다듬어서 내놓는 것이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 그는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 최대과제는 국민 반쪽의 반발을 완화하고 사회 혼란을 끝내는 것이지만 (인용으로 인한 조기)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큰 혼란이 나타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헌재(탄핵심판)와 법원의 판단(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승복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헌재와 법원을 흔들어 대지 말고, 지지자들에게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도리고 그렇게 하면 혼란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임고문은 20년 넘게 적을 뒀던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은 만든 것은 "만약 민주당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 같은 국가위기에 올바른 말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지내고 있지 않겠냐"며 진영을 넘어 국가를 먼저 생각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 기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의 폭주를 막고 생산적 정치로 가려면 의미 있는 제3, 제4당이 함께하는 다당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 이후 불붙는 개헌 논의와 관련, 그는 "개헌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대선을 치러 새 정부가 새 헌법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거나 이재명 대표의 반대 때문에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다음 대통령이 개헌을 완성하고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매일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매일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개헌에 소극적인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개헌 없이 이대로 가면 지금의 내전 상태가 장기화하고, 그것은 이 대표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관'을 정확히 알고, 확실히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적 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높여 대응해야 한다"며 "당장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주미 대사를 지낸 '미국통' 한덕수 국무총리를 하루빨리 업무에 복귀시켜 대미 외교의 공백을 메꾸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계엄 전부터 대한민국을 '복합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 이 상임고문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3가지 긴급처방으로 ▷국가기관들을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려놓고 국정을 바로 잡으며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하고 ▷모든 대외관계의 축인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유지해야 하며 ▷이웃 국가들과 우호적인, 최소한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 중국·일본·러시아·북한 어느 한 나라와도 적대적 또는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상임고문은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