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관세 유예…현대차 美 추가 투자 계획 가능성

입력 2025-03-06 17:01:42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에 한해 멕시코·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25% 관세 부과를 1개월간 유예하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는 대(對)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이 혼란에 빠진다는 현지 업계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관세가 미국의 이익에 반할 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여지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부과가 예고된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일괄 관세도 국가나 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유예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 현지업계 우려 반영…관세정책 완화 기대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와 대화했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이유에 대해선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세 적용을 한 달 면제했다"고 설명했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관세 유예 조치는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크게 오르고, 북미 자동차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다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 존 보젤라 회장과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인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 등은 캐나다, 멕시코 관세가 미국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에 영향을 미쳐 최대 25%의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특히 이번 관세로 수년간 정착된 북미 자동차 공급망과 분업체계가 혼란에 빠져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현재 미국 '빅3'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중 멕시코산 비중은 각각 26%, 18%, 24% 정도다. 이들 업체의 미국 판매 차량 4분의 1가량이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관세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연간 400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작년 벌어들인 영업이익 총액(340억달러)을 크게 웃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도 캐나다, 멕시코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전기차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의 가격은 각각 1만2천달러, 9천달러, 8천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1개월간 관세 유예라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산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여 관세 타협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엿보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그룹, 추가 투자계획 밝히나

자동차에 한해 관세 유예 조치가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내달 2일 예고된 자동차 일관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현지 투자 유도의 수단으로 계속해서 활용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투자 선물 꾸러미를 푸를지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백악관은 캐나다·멕시코 관세와 철강 관세로 미국 내부에서 비판이 일자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검토 중인 미국 현지 제철소 설립을 계속해서 거론하며 관세 압박 효과를 홍보한 바 있다.

이러한 백악관의 행보는 현대차그룹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생산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조지아주 기아 공장 및 HMGMA 설립에만 현재까지 3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최근 1천억달러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겨냥 정책의 영향권을 벗어난 것도 현대차그룹의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대중 견제 전략에 호응해 최대 투자국이 됐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현대차그룹의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