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의 국제정세]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안 되면, 핵 균형 정책 추진해야

입력 2025-03-06 06:30:00 수정 2025-03-06 15:34:38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고 북한과 대화 재개를 시사해 왔기 때문에 '북한과 핵 군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생겼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지난 2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연이어 열렸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루비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지하며 대북정책 수립과 이행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북 제재 유지, 확장억제 협력 강화를 발표했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이 회담이 가진 중요한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2기 정부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 논란은 불식되었다. 둘째, 바이든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계를 트럼프 2기 정부가 계속 유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바이든 전 정부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표현함으로써 북한에 압박감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3월 2일 부산에 입항하였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재확인한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편, 북한은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고도화에 열중했으며 핵 무력정책을 헌법에 명기하였다. 바이든 정부와 비핵화 협상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었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유사시 한국을 향해 핵미사일로 선제공격하겠다는 속셈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김정은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호전적이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과 전략미사일 기지를 시찰한 김정은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보였다.

북한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월 29일에 핵물질 생산기지·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한 김정은 사진을 또다시 공개하였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다"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여 향후 미북협상에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북·러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여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거액 현금보상과 핵·ICBM·군사정찰위성 등의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것이다.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까지 쌓고 있다는 점이 꺼림직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일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관계를 맺겠다"라고 언급하였다. 미북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속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으나, 종전 해법을 놓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다.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게 될 경우, 트럼프의 대북협상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데, "빅딜보다 스몰딜이 될 것이다"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김정은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상당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욱 위협적이다"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한다. 견고해진 북·러 군사동맹 속에서 북한과 스몰딜을 추진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은 지속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해 핵 강국인 러시아·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은 핵이 없다. 한반도에서 심각한 핵 불균형이 존재하는 한,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고 '핵보유국' 입장을 견지할 경우, 트럼프 2기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핵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