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3차례나 주한미군 감축 시도, 트럼프 행정부는?

입력 2025-03-04 18:30:19 수정 2025-03-04 20:42:35

1970년 2월 닉슨 독트린 이후 이듬해 3월 미 7사단 철수
카트 행정부 때도 철수계획 후 수정, 부시 행정부 7천명 감축
트럼프 행정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트럼프 정부가 곧 한국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가 곧 한국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선언하자, 다음 순서로 한국 또는 대만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 과거 미국이 군사지원을 중단하거나 줄이려고 했던 사례들이 있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지만, 언제든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는 미국의 강경책에 맞서 내세울만한 카드가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닉슨 독트린 '미 7사단 철수'

닉슨 행정부는 동서 냉전 체제가 해빙기를 맞이하면서, 1970년 2월 국회에 외교문서를 보내 '닉슨 독트린'을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 알렸다. 주요 내용은 아시아 각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미국은 동맹국이나 중요한 관계가 있는 국가들에게 핵우산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닉슨 독트린의 주요 골자는 ▷미국은 앞으로 베트남 전쟁과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조약상 약속은 지키지만, 강대국의 핵에 의한 위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정치적인 과잉개입은 하지 않으며, 자주적 행동을 측면 지원한다 ▷경제 원조 역시 미국의 과중한 부담은 피한다 등이다.

닉슨 행정부는 '아시아 주둔 미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 독트린에 따라 1971년 3월 주한미군 7사단 병력 2만여명을 전격 철수시켰다. 아울러 서부전선의 2사단은 후방에 배치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달리 맞설 방법이 없었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외정책 수정으로, 데탕트(냉전 해빙기) 시대를 맞이한 국제적 흐름에 따른 조치였기 때문이다.

미국 2025 회계연도의 국방수권법안의 한국 관련 내용. 연합뉴스
미국 2025 회계연도의 국방수권법안의 한국 관련 내용. 연합뉴스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

카터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의 제10차 한미안보연례협의회의를 통해 주한 미군을 1978년부터 1982년까지 3차에 걸쳐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한 보완조치는 8억 달러 상당의 주한미군 장비를 한국에 무상으로 이양하며, 군사 차관을 4년 동안 2억7천500만 달러씩 11억 달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 반대했고, 두 정상 간 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이 합의는 미 의회의 철군 보완조치(장비이양) 법안 심의 지연과 미국 내 보수파들의 여론 때문에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 하원에서는 싱글로브 소장이 북한 군사력 평가 관련 증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로 인한 전쟁 재발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미 상원은 버드 수정안을 의결해 주한미군 철수계획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결국 카터 행정부는 1978년부터 2년에 걸쳐 철수하려고 했던 전투여단을 의회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철군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시 행정부, 주한미군 7천명 감축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9년 11월 미 상·하원 합동위원회는 샘 넌 상원 군사위원장과 존 워너 상원의원이 제출한 '넌-워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주한미군 감축 5개년 계획안'이라고도 불린 이 수정안은 ▷주한미군의 부분적·점진적 감축 ▷한반도에서 미군의 역할을 보조적 지위로 조정 ▷특정 임무와 작전권 한국에 반환 ▷행정부는 구체적 계획안을 의회에 보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1990년 4월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구상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이 의회에 설명한 이 보고서에는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과 작전권 이양 등이 포함돼 있었다.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은 ▷1단계(90~92년) 병력 7천명 감축 ▷2단계(93~95년) 남북관계 검토 후 2사단 병력 감축 ▷3단계(96년 이후) 한국군이 방위의 주도적 역할 수행 등을 담고 있었다.

미국은 이 전략구상에 따라 92년 공군병력 2천명과 지상군 등 비전투병력 5천명을 포함해 7천명을 감축했으나, 이후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주한미군 감축론은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후 한국에 대해 어떤 카드로 압박할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후 한국에 대해 어떤 카드로 압박할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주한미군 감축 카드 꺼낼까?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한반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동맹국 보호에 너무 많은 희생과 손실이 따른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미국은 냉전시대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가능하면 미군 병력을 줄이고자 시도해왔다.

트럼프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대놓고 동맹가치보다는 거래적 측면에서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양보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맥락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10배 인상을 강요하며, 향후 강한 압박 전략을 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 정치를 전공한 윤용희 경북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한 다음에 한국이 난색을 표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꺼내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한국이 이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