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사무총장, 2022년 세컨드폰으로 정치인들과 연락"

입력 2025-03-02 16:05:51 수정 2025-03-02 19:07:55

김세환 전 총장 "전화로 정치인들과 각양각색 이야기, 내용은 못 밝혀"
선관위 명의로 개통, 퇴임때 가져갔다가 1년8개월만에 '초기화' 반납
국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재개해 선관위 시스템 증거조사 해야"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명의의 휴대전화를 따로 개통해 정치인들과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앙선관위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명의의 휴대전화를 따로 개통해 정치인들과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앙선관위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이 선관위 명의의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해 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선관위 사무총장의 석연찮은 행위가 확인된 만큼 대통령이 계엄선포 사유로 언급한 선관위 업무 전체에 대한 투명성·공정성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선과 지방선거를 2~5개월 앞둔 2022년 1월, 선관위 김세환 사무총장은 정보정책과장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해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이 이 휴대전화를 정치인들과 연락하는 용도로 썼다고 밝혔는데, 그는 감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정치인들과 통화나 문자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치인들과 소통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대통령 선거 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책임을 지고 그해 3월 사퇴했다. 김 전 총장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된 상태이기도 하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그의 퇴직 과정에서도 반납하지 않고 가져갔다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퇴직 1년 8개월 만인 2023년 11월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납 당시 휴대전화는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게 삭제한 상태였으며, 감사원은 포렌식을 통해서도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총장은 소명자료 등을 통해 "휴대전화를 일부러 가져간 것이 아니라 직원이 알아서 관사에 있던 짐을 꾸려줄 때 의도치 않게 해당 물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총장이 자신의 관사 짐을 정리해 줬다고 지목한 선관위 직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아울러 선관위에서 해당 휴대전화 요금을 계속 대납한 것을 확인했으며, 구체적인 통화나 문자 내용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용 물품 무단 반출' 혐의만을 적용해 검찰에 자료를 넘겼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전 총장의 비선 휴대전화와 관련, 선관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변론 종결 처리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절차를 재개할 것을 헌재에 촉구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 주진우 의원은 "선관위 사무의 독립성·공정성을 심각히 침해한 중대 사안"이라며 "선관위 사무총장의 차명폰 정치 장사가 새로이 드러난 만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변론)을 재개해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증거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행위는 탄핵심판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3차 변론기일에서도 "이미 계엄 선포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각종 의문이 드는 게 있었다"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라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걸 이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