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은 대구 달성소방서 예방기획팀장
해마다 봄이면 논·밭두렁에서 농업부산물을 태우는 연기가 어김없이 피어오르곤 한다. 오랜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어 온 이 행위는 이제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와 결합하여 우리 사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다가올 재앙을 간과하는 어리석음과 같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봄철 화재 발생 건수는 총 5만2천855건으로, 전체 화재의 28%를 차지하며 사계절 중 가장 높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겹치는 봄철의 특성상 농업부산물 소각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대구 달성소방서의 최근 3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농업부산물 소각 및 쓰레기 소각 신고 건수는 2022년 183건, 2023년 116건, 2024년 108건으로 나타났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오인 출동이라는 점이다. 2022년 177건, 2023년 112건, 2024년 104건이 오인 출동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소방력 낭비는 물론, 실제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농업부산물 소각이 반복적인 오인 출동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농가에서 허가 없이 소각을 진행하여 화재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인의 90%가 무허가 소각을 실행하고 있으며, 그중 68%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충 방제를 위해 소각을 하고 있으나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논두렁 소각은 해충 방제 효과는 미미한 반면, 유익한 익충을 80~97%까지 감소시켜 농업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업부산물 소각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파쇄기 임대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자체 수거 시스템을 확대하며, 농민 교육을 강화하고, 사전 신고 의무화 및 안전 소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파쇄기 보급 확대, 퇴비화 사업 참여 유도, 순환 농법 도입 검토, 통합 정책 수립 및 시행, 자원화 기술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가피한 소각 시에는 반드시 사전 신고하도록 농민들에게 강조하고 반복적인 홍보를 하여야 한다.
농업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위험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은 불씨 하나가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농민들은 안전한 폐기 방법을 선택하고, 정부 기관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달성소방서는 농업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오인 출동을 줄이고, 소중한 소방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활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아울러, 농민 여러분께서는 불가피하게 소각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사전에 119, 군청, 읍·면 행정복지센터 등 관계 기관에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협조와 노력이 모여 우리 지역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는 큰 힘이 되고, 함께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의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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