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1980년대, 대구 미술계는 어떻게 시대를 그려냈을까

입력 2025-02-28 11:59:41

대구포럼 IV '대구미술 1980-1989: 형상의 소환'
6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 2·3전시실
노원희·이강소·정하수 등 지역 작가 20명 참여

대구미술관 선큰가든에는 1980년대 주요 역사 및 대구 미술계 연표, 관련 아카이브가 전시돼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선큰가든에는 1980년대 주요 역사 및 대구 미술계 연표, 관련 아카이브가 전시돼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2전시실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2전시실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3전시실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3전시실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이 기획전 '대구포럼'의 네 번째 전시로 '대구미술 1980-1989: 형상의 소환'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전환기의 중심에 있던 1980년대를 주목해, 당시 대구 미술계가 펼친 다양한 활동을 당시 지역에서 제작되고 발표된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1980년대는 유신정권 종식 후 신군부가 등장했으나,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대가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 동시에 경제 성장과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사회 내부에는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존재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대구 미술계 역시 회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작가들은 생활 속에서 시대 격변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작품에 투영했고, 시대정신의 상징물로써 다양하게 형상화했다. 형식주의와 개념미술이 주도하던 국내 화단에 '형상'을 통한 상징과 표현으로 영감과 활기를 불어넣은 것.

양호규, 노동자의 꿈, 미상, 종이에 크레파스, 134x105cm,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소장. 대구미술관 제공
양호규, 노동자의 꿈, 미상, 종이에 크레파스, 134x105cm,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소장. 대구미술관 제공
정병국, 움직일 수 없는 곳, 1988, 캔버스에 아크릴릭, 181×227cm. 대구미술관 제공
정병국, 움직일 수 없는 곳, 1988, 캔버스에 아크릴릭, 181×227cm. 대구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실험과 행위 ▷비판과 은유 ▷표현과 상징' 등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3전시실의 '실험과 행위'에서는 1970년대 집단운동의 열기가 가라앉은 이후, 1980년대에 실험미술의 정신과 태도가 성숙하고 개성적인 양식으로 발전해 나간 과정 속 작품들을 선보인다.

70년대 실험미술에서 다시 평면회화로 복귀한 이강소와 권영식의 작품을 비롯해, 보다 현실로 파고 들어간 박현기의 행위미술 작업이 전시됐다. 경산의 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최욱경의 작품과 당시 전시 기획자로서 지역 미술계에 상당한 영향을 준 황현욱의 자료도 볼 수 있다.

2전시실의 '비판과 은유' 섹션은 1980년대 초반 민중미술과 신구상미술 등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 형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조명한다.

노원희, 박용진, 송광익, 양호규, 정하수 작가가 참여한 이 섹션에서는 80년대 치열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독자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 의식을 고찰할 수 있다.

변종곤, 1978년 1월 28일, 1978, 캔버스에 유채, 130.6×324.2cm, 일민미술관 소장, 제1회 동아미술제 대상작. 대구미술관 제공
변종곤, 1978년 1월 28일, 1978, 캔버스에 유채, 130.6×324.2cm, 일민미술관 소장, 제1회 동아미술제 대상작. 대구미술관 제공
최욱경, 경산 산, 1981, 캔버스에 아크릴릭, 80×117cm, 개인 소장. 대구미술관 제공
최욱경, 경산 산, 1981, 캔버스에 아크릴릭, 80×117cm, 개인 소장. 대구미술관 제공

'표현과 상징' 섹션은 80년대 창작 태도와 조형 방법에서의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80년대 초반부터 다소 침체돼있던 지역 화단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식들이 잇따랐는데, 변종곤이 제1회 동아미술제에서, 김창영이 중앙미술대전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한 것. 이어 홍창룡이 제7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박일용이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대구 미술의 저력과 위상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섹션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김광배, 노태웅, 이국봉, 정병국, 정일 등 시각적인 사실성을 보여주면서도 주제 의식 측면에서 뚜렷하게 리얼리즘을 추구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선큰가든에는 1980년대 주요 역사 및 대구 미술계 연표,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와 팸플릿 등의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돼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시대적 리얼리티를 담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려 했다"며 "80년대를 대변하는 작품들을 통해 당시 대구 미술의 저력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