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감사 결과…총체적 부실·비리 덩어리

입력 2025-02-27 18:35:18 수정 2025-02-27 21:18:24

가족·친척 채용청탁, 면접점수 조작, 인사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 비위 만연
감사원 "공직 채용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 선관위 전·현직 직원 32명 징계 요구
"감시 없는 조직 부패할 수밖에 없다"…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에 성토 목소리 이어져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경. 연합뉴스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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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결과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인사 서류 조작 등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또 채용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

감사 결과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족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이를 소화하고자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채용은 주로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878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 가족과 친척의 채용을 청탁했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은 2018년 충북선관위 담당자에게 전화해 당시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 중이던 딸을 충북 단양군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선관위 인사 담당자들은 다양한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청탁자 가족을 합격시켰다.

채용공고조차 없이 선관위 고위직 자녀를 내정하는가 하면,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시험 위원을 구성하거나 면접 점수 조작·변조를 하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이렇게 선관위 고위직 자녀, 친척들이 '현대판 음서(蔭敍)제도'(고려 또는 조선 시대 고위 관리의 친척 및 인척에게 과거시험을 생략하고 하급 관직을 주는 임용제도) 혜택을 누리는 동안 일반 응시자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

감사원은 "공직 채용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공정한 채용을 지휘·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인사 관련 법령·기준을 느슨하고 허술하게 마련·적용하거나, 가족 채용 등을 알면서 안이하게 대응했고 국가공무원법령을 위배해 채용하도록 불법·편법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채용비리 관련자들은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자료를 파기하거나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 인멸과 사실 은폐를 시도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국회가 소속 직원들의 친인척 현황 자료를 요구하자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허위 답변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안을 축소 보고했다.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사무차장 시절이던 2022년 당시 자녀가 경채에 합격해 직접 전입승인 결정을 하고도 중앙선관위에 알리지 않다가 자녀 채용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오자 사실을 시인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채용 외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의 실태를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선관위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1급)의 법정 임기를 무시하고 자리 나눠먹기 용도(인사적체 해소)로 악용했으며, 위법·부당하게 고위직을 과다 운용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경우 선관위 사무기구 규칙으로 정해진 상위 직급 정원을 2급과 3급에만 배정해서 2·3급 총원을 현원 대비 약30% 많게 유지했다.

또한 해외 체류를 목적으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등 복무 태만 행태도 만연했고, 재외선거관 파견 전 보직·복무관리 상태도 부실해 최대 3개월 동안 '해외 파견 준비'만 하는 직원도 있었다.

로스쿨 진학 목적의 연수 휴직 부당 승인·관리 및 근무지 무단 이탈 행태도 이어졌다.

감사원은 "교육 훈련 시간 미충족자가 승진 임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상황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선관위 채용(22건)·조직(2건)·복무(13건) 분야에 걸쳐 총 37건의 위법·부당 사항과 제도 개선 필요 사항을 적발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말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의 부정 채용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