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3월은 심판의 달이다.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있는 날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여부도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달 안에 결정할 것이다. 이 두 재판이 한국 정치 지형과 사회 각 분야에 큰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추위 속에서도 지지 모임을 열고 있다. 헌재와 법원 앞, 광화문 광장, 광역시·도를 넘어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양쪽이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헌재와 법원이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광장의 외침이 헌재와 법원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외부의 압력이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영향을 받는 재판관이 있다면 제대로 된 재판관이 아니며 그런 식의 재판은 제대로 된 재판이 아니다. 외압이 있었다는 인상을 남기게 되면 앞으로 모든 재판의 피고와 원고 그리고 관련자들이 재판관의 집이나 법원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재판관들은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만 볼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집 안에서 자리를 지키며 걱정하는 다수를 바라봐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 하나로 양심과 법률에 따라 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재판 결과가 진영이 바라는 바대로 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라는 바대로 된 쪽은 만세를 부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헌재나 사법부의 공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그동안의 진행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보이는 인상을 남김으로써 헌재나 사법부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
그러나 다소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을지라도 나라의 장래를 보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나라 안팎으로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우선 행정부가 흔들리고 있고 국회가 양분되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여기서 헌재와 사법부까지 흔들리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국제 정세도 심상치 않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상호 유대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높은 관세 장벽을 쌓으며 넌지시 우리를 넘겨다보고 있다. 혼란을 거듭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헌재와 법원의 결정이 잘못됐고 억울하다고 외칠 분들께 '소크라테스의 변론'(변론)을 권한다. '변론'은 2천500년 전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소크라테스가 500명의 배심원단 앞에서 한 자기 변론이다.
그 당시 아테네 법정은 오늘날과 많이 달랐다. 첫째, 검사 대신 고발인이 고발 사유와 형량을 직접 밝혔다. 둘째, 변호인 대신 고발당한 피고가 스스로를 변호했다. 끝으로, 판사 대신 배심원단이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다수결로 정했다.
소크라테스는 위에 언급한 죄로 배심원단 앞에 섰다. 평소 그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이 안다고 하지만 실제 아는 것이 없음을 일깨우는 일을 해왔다. 지위가 높은 정치인이든 유명한 학자든 간에 그 대상을 구별하지 않았다. 그러한 소크라테스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고 증오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런 광경에 환호하는 무리도 있었다.
그는 배심원단 앞에서 "아테네인들이여! 몇 번을 거듭 죽는다 해도 절대로 저의 행동을 바꾸지 않겠습니다"라고 변론이 아닌 도발에 가까운 말을 하며 신이 준 소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유무죄 심판에서 280대 220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 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피하기 위해 변론을 계속해야만 했다. 보통의 피고인들은 배심원단 앞에서 동정을 받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어린 자식과 아내까지 데리고 나와 형량을 낮추려 애를 썼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달랐다. 도리어 배심원단을 자극하며 '아테네의 등에'로서 '진리를 낳는 산파'가 되었다.
"말을 바꿔 살아남기보다 앞서와 같이 변론하고 죽음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죽음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레 나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두려워한다고 질타했다. 360대 140으로 사형이 선고됐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저는 죽음으로, 그대들은 삶으로. 우리 중 누가 더 나은 처지인지는 신만이 아십니다." 이렇게 끝맺고 평온하게 독배를 마셨다. 이달의 심판 결과에 실망할지라도 부활을 기다리며 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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