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론조사가 잘못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믿을 수 없다고도 한다. 특히 이러한 이야기는 최근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항의성으로 많이 듣는다.
삼일절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진영은 대규모 집회로 세 대결을 했다. 탄핵 찬성 진영은 안국역사거리에서 '내란 종식·민주 헌정 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는데, 경찰 비공식 추산 참여자 수는 1만8천 명인 반면 주최 측은 10만 명이다.
반면 같은 날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의 경찰 비공식 추산은 두 집회를 합해서 12만 명(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6만5천 명, 세이브코리아 5만5천 명)이며 양 주최 측은 각각 500만 명과 30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삼일절 단 하루 만의 탄핵 찬반 전체 집회자 수는 경찰 추산으로 13만8천 명이며, 주최 측 집계로는 540만 명이다. 만약 작년 12월 14일 탄핵 이후 매주 찬반 집회 참여자 수를 주최 측 집계로 합하면 1천만 명이 훌쩍 넘을 것이고 경찰 추산으로는 100만여 명 정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최 측의 참여자 수가 그대로 여론 수치가 될 수 없다. 첫 번째 이유는 주최 측과 경찰 측 집계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집회 참여자의 반복 참여로 인해 연인원으로 환산할 때 1명이 2회 참여하면 2분의 1로, 3회 참여하면 3분의 1로 줄어든다. 두 번째는 집회 때마다 타 지역에서 대규모 동원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 대구, 광주 집회에 타 지역에서 많은 참여자가 동원될 경우 지역 집회는 그 지역의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여론조사와 비교해 보면, 집계 방식의 신뢰성, 즉 중복 집계와 지역 표본의 대표성 문제가 된다. 특히 집회 참가자 수는 세 과시를 위해 최대한 부풀리는데 이러한 수치조차도 실은 크지 않다. 설사 탄핵 이후 찬반 주최 측 기준으로 참여자가 연인원 1천만 명이라 해도 이는 만 18세 이상 국민(4천435만 명)의 22.5%이고, 2회만 반복 참여하면 11.3%로 줄어든다.
반면 통제를 위해 집계하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경찰 추정 연인원 100만 명으로 가정하면 주최 측의 10분의 1인 2.25%고, 이조차도 2회 반복 참여할 경우 1.13%로 국민 100명 중 1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제 집회 참여자 수는 국민의 일부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세 과시를 위한 집회 정치가 왜 지속될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참여자 수가 500만 명이 아니라 6만5천 명이라 해도 광화문을 메울 수 있고, 10만 명이 아니라 1만5천 명이라도 안국동사거리는 메울 수 있으니 충분히 컨벤션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대규모 집회로 더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다. 이를 밴드웨건효과(Band Wagon Effect·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를 따라 더 많은 군중들이 불어나는 현상)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쿠키-한길리서치 2월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44.7%)과 지지 이유 조사를 보면 매우 제한적이다. 윤 대통령 지지 이유(447명)는 34.4%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하는 과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12.3%가 '이재명 대표에 반대하기 때문에'로 답해 합하면 47.0%로, 지지 이유 절반이 상대 실책, 즉 반사이익이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기 때문에'는 25.8%,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쉽게 탄핵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가 24.7%다. 즉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올라간 것은 장외 집회를 통한 밴드웨건효과가 샤이 보수를 정치 전면으로 끌어낸 것이다.
탄핵이 헌재의 마지막 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문제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정국 안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민심이 제대로 모이지 않고, 찬반 진영이 세 과시를 하는 과정에서 확증편향 과정을 거쳐 민심이 둘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세 과시에도 국가 통합이 아닌 사회적 분열로 이어진다면 이제는 이러한 정치 사회적 구조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개헌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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