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찾은 반기문 前 UN사무총장, "APEC 정상회의 초국가적 준비 통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입력 2025-02-25 17:24:16 수정 2025-02-25 21:00:35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

"신라 천년 수도이자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인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경북과 경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경주APEC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 중인 경북을 방문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경북도청에서 열리는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굿모닝 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APEC 정상회의와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경북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반 전 총장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부산에서 열린 제13회 APEC 정상회의를 직접 준비한 바 있다.

그는 "전 세계 인구 37%, 국내총생산(GDP) 61%, 무역량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APEC은 중요한 다자기구"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APEC의 기본 원칙인 자유무역질서가 교란 위기에 처한 시기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협력에 관심이 없고 부정적"이라며 "탄핵 정국으로 '대행의 대행'이 국정을 맡는 이례적 상황에서도 여·야·정이 범국가적이고 초당적 자세로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

이날 반 전 총장은 자신이 APEC 정상회의를 준비했던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국제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있다고 꼬집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더욱 늘고 있어 걱정"이라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금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라 진단하고 있다. 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과 중동(이스라엘-하마스)에선 전쟁이 벌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가해자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 미국과 유럽 사이의 관계도또 어렵다"고 했다. 또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천명 정도의 병력을 파견해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확실의 시기에, 탄핵정국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대(代)미국 외교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1월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우리나라 조선업에 관심을 표하고 '해군 함정 유지·보수를 한국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지금은 대통령 탄핵 재판 때문에 미국과 전혀 접촉이 안 돼 안타깝다"고 했다.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 시절부터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특히,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하는 등 급격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인 사례를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은 "남태평양에 키리바시라는 섬나라를 가보니, 바닷물이 도로까지 올라와 찰랑거리고 있었다. 키리바시는 어쩔 수 없이 피지 땅의 일부를 사들여 나라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2100년이 되면 우리나라 연안도 해수면이 최대 1.5m까지 차오르게 될 텐데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개인의 작은 노력이라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경북도청 화공 특강. 경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