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행노선 신설에 교통오지 접근성 강화 초점
노선개편 사실 몰라 일부 정류장에선 혼란
대구 동부권 노선 대거 조정되면서 주민 불편 지적
대구 시내버스 노선체계가 24일 10년 만에 개편됐다. 기존 122개 노선 중 53개만 존치됐을 정도로 변화폭이 크다.
대구시는 개편에 앞서 정류장을 최소화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직행 노선을 신설하는 한편 교통오지 접근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개편 첫날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버스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처음 생긴 '직행' 버스 타보니
24일부터 시행되는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까지 없던 직행 노선 2개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장거리 노선을 빠른 기간에 주행하도록 해 승객 편의 올리겠다는 취지로, 완전히 새로운 노선 신설에 승객들 관심도도 높았다.
이날 오전 8시 31분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앞 정류장에서 신설된 직행2번 버스를 타봤다. 해당 노선은 대구국가산단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를 오가면서 정류장은 단 5곳 뿐이어서 대구국가산단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되는 노선이다.
대구국가산단으로 매일 출‧퇴근한다는 이경준(33) 씨는 "예전에는 동대구역에서 진천역까지 갔다가 급행8번 버스로 환승을 해서 직장까지 가야 했다. 직행2번 버스가 생기니 환승이 생략돼 기존보다 30분 가량 시간이 단축돼서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버스가 2.28 공원 시내쪽을 거치는데, 이른 새벽 시간대나 퇴근시간대에 타면 일부 구간이 막힐 것 같아서 그 시간대를 피해서 타야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선 개편 첫날 시승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는 '버스마니아'도 눈에 띄었다.
봄방학 기간이라 시간이 여유로워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탔다는 고등학생 김모(19) 씨는 "시내에서 달성쪽은 거리도 멀고 교통도 환승을 해야해 가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 노선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타봤다. 정류장이 많지 않아 그런지 시원하게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직행2번 버스 기사 라석택 씨는 "첫날이라 손님들이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개편 소식이 많이 알려졌는지 의외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오전에는 시내로 나오기 위해 국가산단에서 버스를 탄 직장인도 많았다"고 말했다.
라 씨는 "출퇴근 시간대 시내쪽이 막히는건 다른 버스도 마찬가지 사정일 것, 일단 운행을 해보고 일주일쯤 경과를 지켜보고 운행시간을 소폭 조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요 많던 노선 신설, 일부 노선은 폐지…현장 반응은?
대구시가 교통소외지역 해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노선개편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설 노선 '남구2번'이 대표적이다. 해당 노선은 그동안 노선 부족 지적을 받았던 서대구역과 평리뉴타운을 지나 서부정류장으로 향했다.
오후 2시쯤 서대구역에서 남구 2번을 타봤다. 노선이 없어 한산했던 서대구역 정류장은 이날 시민들로 북적였다.
버스는 좌석의 70% 가량을 채운 채 운행했다. 승객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노년층이었지만 종종 20대 청년들도 탑승했다.
노선개편 사실을 모른 채 외출했다가 당혹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75) 씨는 "버스 노선 바뀌는 것도 몰랐다. 며칠 전부터 바뀐다고 안내를 했다던데 몰랐다. 노인들은 주로 타는 노선 몇 개만 외워서 타는데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은영(30) 씨는 "개편 시행 첫날이라 그런지 노선이 헷갈렸다. 휴대폰으로 찾아보는 우리도 복잡한데 어르신들은 더 어려우시지 않겠냐"며 "버스 기사님도 정신없어 보였다. 타는 사람들마다 어디 어디를 경유해가는지 평소보다 많이 물었다"고 했다.
◆대구 동부권 노선 대거 조정…불편 지적도
이번 노선개편에서는 특히 수성구 시지지구와 동구 율하지구 등 대구 동쪽의 대규모 주거단지를 지나는 노선이 대폭 줄었다.
특히 경산까지 가던 공동배차 노선이 줄면서 이곳 주민들도 덩달아 교통편이 축소됐다. 708, 939번 버스의 경우 전체 구간 중 경산 구간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기존 939번 버스는 707로 개편돼 칠곡에서 출발, 삼덕네거리 인근서 운행을 중단했다. 칠곡경대병원을 출발해 대구대까지 운행했던 708번은 하양까지 가지 않고 동호지구로 종점이 변경됐다.
이날 오후 동호지구 차고지 방면으로 가는 708번 버스 기사 김모 씨는 "오후 운행 시작 두어 시간 만에 할머니 2분이 여전히 이 버스가 경산 하양에 가는 줄 알고 올라탔다가 내렸다. 동호동 종점에서 회차해서 다시 대구로 가는 줄 모르고 예전처럼 하양을 간다고 착각한 것 같다"며 "어르신들은 노선이 바뀐 건 알지만 '몇 번 몇 번 버스는 하양 가는 버스' 이런 식으로 외우고 다녀서 착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으로 동호지구에서 대구공항과 경북대학교를 지나 대구 도심으로 향하던 '인기노선' 동구2번도 폐지됐다. 동구 반야월, 방촌 지역에서 경북대학교정문으로 가는 유일한 노선이어서 율하지구와 동촌 지역 주민들과 경북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존치 요구가 높았다.
기존 이용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경북대 재학생 김모(23) 씨는 "동구 2번은 캠퍼스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1호선 신천역과 학교를 오가는 노선으로 통학 때 자주 이용했는데, 폐지됐다는 소식에 통학 시 다른 버스 혼잡도가 더 올라갈 것 같아 걱정"이라며 "대구공항과 경북대 등은 도시철도 환승도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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