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전 총리의 20년 정적…패한 후 절치부심 부활
"유럽 안보, 미국 의존 종식해야"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을 차지하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69) CDU 대표가 차기 총리를 예약했다.
23일(현지시간) 최종 개표 결과 299개 선거구 정당투표에서 CDU가 22.6%, CSU는 6.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20.8%로 뒤를 이었고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은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다. SPD의 현 연립정부 파트너 녹색당은 11.6%, 막판 돌풍을 일으킨 좌파당은 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메르츠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CDU·CSU 연합의 총리 후보로 낙점됐다.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이 주도한 '신호등' 연립정부 심판 여론에 힘입어 총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유지해 왔다. CSU는 바이에른주에만 출마하고 CDU와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자매정당이다.
2m 가까운 장신인 그는 1955년 11월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브릴론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방군 포병으로 복무했고 본과 마르부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독일화학산업협회 변호사로 일했다.
학생 시절 CDU에 입당한 그는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뽑히며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1994년 연방의회에 입성한 뒤 2000년 CDU·CSU 원내대표를 맡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20년 악연이 이때 시작됐다.
메르켈은 CDU 대표로 2002년 총선을 치른 뒤 메르츠를 밀어내고 CDU·CSU 원내대표 자리까지 차지했다. 메르켈과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뒤 2009년에는 정계를 아예 떠나 변호사로 일했고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법인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절치부심 끝에 메르켈 총리가 정계를 떠난 2021년 12월 세 번째 도전 끝에 당 대표로 당선됐다.
메르츠는 CDU 내에서도 보수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 메르켈 총리와 달리 우파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선거 기간 독일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미국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을 지켜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우산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를 지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는 최근 독일 ZDF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더는 나토의 상호방위 약속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유럽 내 핵무기 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와 핵공유 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강경파로 분류된다. 러시아를 상대로 이른바 '회유 정책'을 쓰는 건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고 주장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서방의 나약함으로 인식, 더욱 공격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탓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연일 비난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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