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놔라?' 불난집 사람 구했지만 돌아온 건 '수리비 800만원'

입력 2025-02-23 20:28:04

광주 북부소방서, 인명 수색 과정 현관문 강제개방 파손 130만원씩 6세대에 배상

화재 진압 소방관 이미지. 매일신문 DB
화재 진압 소방관 이미지. 매일신문 DB

그야말로 물에 빠진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 일화가 실제로 벌어졌다.

불이 난 빌라 건물에서 소방관이 인명 수색을 위해 강제로 현관문을 개방하던 과정에서 파손된 문에 대해 세대주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소방서인 광주 북부소방서는 파손에 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래라면 불이 시작된 주택 세대주가 가입한 화재보험에서 배상해야 하지만 집 주인이 화재로 숨지면서 소방서가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됐다. 소방당국이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사 역시 보험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3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월11일 오전 2시52분께 광주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세대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화재 진화 작업을 벌이면서 시커먼 연기로 가득한 건물 안에서 인명 구조에도 나섰다. 불이 난 건물 2층과 3층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면서 안에 있던 입주민 5명을 대피시켰고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간 입주민 2명을 구조하는 등 차례로 인명을 구조했다.

소방대는 새벽 시간대 깊게 잠이 들어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다른 거주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추가 인명 수색에 나섰다.

문이 닫혀 응답이 없는 2~4층 6세대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고 이 과정에서 잠금장치(도어락)와 현관문이 파손됐다.

수색 과정에서 파손한 현관문 수리 비용은 한 세대당 130만원, 6세대 총 800여만원 상당의 배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소방관들이 화재 진화 과정에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면 불이 난 주택의 집주인이 가입한 화재보험에서 배상하지만 이번 빌라 화재에서 불이 시작된 세대 집주인 A(30대)씨만 숨져 보험 배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세대주들은 현관문을 부순 북부소방서에 손해배상을 요구해 소방서가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배상 책임을 지게 된 소방서는 손해배상을 위해 기존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 회사에 보험처리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보험은 화재나 구조 과정에서 소방관의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만 보험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적법한 절차에 거쳐 인명 수색을 하다 재물이 손상돼 그 책임은 책임보험사가 아닌 주택화재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에 대비해 광주시소방본부는 자체 예산 1천만원을 확보했으나 이번 화재로 인한 배상금만 800만원에 육박해 사실상 예산의 80%를 차지해 모두 소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아봤지만 행정배상 책임보험 회사에서 보험금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소방본부의 자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다각도로 보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