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경기 보완책' 발표… 지역 업계 "실망스럽다"
정부가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자, 지역 부동산·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수요 촉진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빠진 데다 금융당국의 반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도 제외되면서 미완성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주택의 상당수가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의 물량이라는 점에서 외지 건설사들의 이익만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발도 크다.
◆LH '악성 미분양' 구원투수 등판
정부가 발표한 미분양 주택 해소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매입 규모는 3천가구이며 지역별로 정해진 할당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업계는 LH 매입안이 오히려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LH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10년 전국 미분양 주택 7천58가구를 매입했다. 당시 역경매 방식을 차용한 LH는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분양 주택을 사들였다. 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LH가 매입하기 시작하면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시장 분위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LH 매입안이 외지 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 미분양 주택이 1가구라도 있는 사업장은 모두 59개다. 이 가운데 지역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8개에 그친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외지 업체와 비교하면 지역 건설사가 보유한 미분양 물량은 소량에 그친다"며 "LH가 이들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다면 지역의 중소 건설사를 살리는 게 아니라 서울의 대형 건설사를 살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LH의 매입안이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LH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토지를 3조원가량 매입해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차 모집에서 총 6건(545억원 규모)만이 접수됐다. 1차 목표 매입 금액인 2조원의 2.7%에 그친 것이다. 이마저도 5건은 신청 자격 미달이었고 1건은 시장성 부족으로 모두 실제 매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미분양 주택 해소의 구원투수로 꼽히던 기업구조조정(CR) 리츠도 까다로운 요건과 부족한 인센티브 등으로 1년 가까이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주택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세제 혜택이 빠진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권에서 요구해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는 DSR 원칙이 무너지고 실효성도 없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한도를 달리 설정하는 DSR은 오는 7월 가장 강력한 규제인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뭄의 '단비' 책임준공 확약 개선
중소형 건설사들을 옥죄어온 '책임준공 확약'이 개선된다는 점은 희소식으로 꼽힌다. 책임준공 확약이란 부동산 PF를 실행할 때 신용과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 대신 시공사(건설사)가 기한 내 준공을 보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하루라도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가 PF 대출 전액을 떠안아야 한다"며 "신규 사업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책임준공 조항이 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의 수주 부진과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책임준공 확약 완화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생존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대한건설협회 경북도회가 종합건설사업자의 기성실적신고를 마감한 결과, 지난해 계약액은 7조3천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보다 3천655억원 감소한 수치다.
업체들의 지난해 기성액은 전년 대비 5천106억원 증가한 13조126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이 중 포스코이앤씨의 기성액(7조3천184억원)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8억원 증가한 5조7천187억원에 그쳤다. 그동안 업체수가 945개에서 970개로 소폭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한 수치다.
업체간 양극화도 심해졌다. 전체 970개 회원 업체 중 기성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업체는 129개에 그친 반면 기성액 30억원 미만 업체는 568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성액이 전혀 없는 업체도 88개에 달했다.
대한건설협회 경북도회는 "PF 부실 사태와 고금리, 미분양 물량 급증 등이 겹치며 지역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소규모 사업장 적용 등으로 추후 계약액 감소와 사업 포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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