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이송 중 사망한 환자…응급의학과 전문의 수사받자 의료계 반발

입력 2025-02-19 06:30:00 수정 2025-02-19 14:46:24

의료계 "부당한 형사상 책임 분위기, 필수의료 붕괴 불러" 우려
경찰 "환자 최소한 응급조치 했어야"…기소의견 검찰에 송치

119구급대원들이 심야 응급 환자를 대구 중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19구급대원들이 심야 응급 환자를 대구 중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가 상급종합병원 이송 도중 사망한 환자 때문에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처지에 놓여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의료 마비 상황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침을 내렸고 해당 의사도 지침에 따라 대처했음에도 사법당국이 처벌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구 시내 A 정신건강의학과병원에 입원한 B환자는 병원 안에서 얼굴의 관자놀이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급히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A병원 관계자는 B환자를 응급실이 있는 가장 가까운 C병원에 이송했다.

C병원 응급의학과장 D의사는 B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 처치만으로는 치료가 안 되고 성형외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성형외과가 있는 E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보냈다. 하지만 E상급종합병원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는 날이어서 치료가 가능한 F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F상급종합병원으로 가던 B환자는 갑자기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다. F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의료진들은 B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숨졌다.

이를 두고 대구경찰청은 C병원 응급의학과장 D의사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대구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혐의로 결론내렸지만, 응급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겼다. C병원 또한 D의사를 도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가 C병원에 도착했을 때 D의사가 제대로 응급처치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며 "아무리 성형외과의사가 해당 병원에 없더라도 적어도 생명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처치는 했어야 한다고 판단해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검토했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대한응급의학회는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에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추어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진료하지 못해도 정당한 사유임에도 대구경찰청이 무리하게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B환자가 처음 도착한 C병원에는 성형외과가 없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D의사는 성형외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응급 처치 후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보냈다. 이 상황에 대해 지역 의료계와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의 지침을 준수한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홍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사망만 하면 한 번이라도 진료한 모든 의사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려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 땅에서 필수의료, 응급의료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대구 검찰은 관련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반드시 '죄 없음', '무혐의' 결정을 내려 줄 것으로 믿는다. 이는 대한응급의학회 입장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