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한달] '가치보다 거래' 한미동맹도 '흔들', 국제사회 초비상

입력 2025-02-16 18:14:09 수정 2025-02-16 20:39:10

미일 정상회담 좋은 사례, 우리도 재협상 전략 짜야
북미 정상회담마저 '한국 패싱' 가능성 높아져
'트럼프 비위 맞추기' 일본, 인도, 캐나다 등 정상회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니스의 제152회 카니발 개막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앞세운 태권도 퍼레이드 장면.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니스의 제152회 카니발 개막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앞세운 태권도 퍼레이드 장면.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국제사회는 '트럼프발' 충격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집권 1기에 비해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이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유례없는 일방조치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 때 굳건했던 한미동맹마저 트럼프의 손아귀 안에서 흔들리는 처지에 놓였다.

◆"최소 2배 이상" 한미동맹도 거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마저도 가치적 측면보다 거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국방 관련 주요 인사들은 지난해 11월 대선 전후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발언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한 상태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청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2026년 1조5천192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내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몇 달 안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전제로 한 재협상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미국 정치를 전공한 윤용희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안보분야에서 일본의 공헌도를 강조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부분을 잘 봐야 한다"며 "트럼프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 인상을 염두에 두고 치밀한 협상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잘 짜인 방위비 협상 전략은 한국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이시바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인 일본의 방위를 위해 미국의 억지력 및 방위력을 100% 공여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향후 일본에 대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크게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북미정상회담도 '마이웨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제4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련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향후에도 북한과 직접 접촉한 후에 한국 정부에는 통보하는 정도의 관계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른바, 우리가 우려하는 '한국 패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해 자신만의 '색깔'과 미국의 오랜 '기조'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하는 파격을 보였고, 그로부터 사흘 뒤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락하겠다"며 북미 간 정상외교 재가동 의지를 드러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력 진전을 현실로 인정한 채,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등 상황 악화 방지에 주력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베테랑' 참모들도 이미 포진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북미대화에 전향적 신호를 보일 때까지 실무자들을 통해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준비하면서 기회를 볼 것으로 관측통들은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맘대로" 국제사회도 초비상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안보 질서에까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앞으로도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재건 및 평화유지 책임 등을 떠맡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자체적인 방위 강화와 유럽 내 비(非)EU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외국으로 이주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충격을 받은 아랍권 국가들도 아랍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지난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동 '저항의 축'의 중심인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 회담을 통해 서로를 전승절 행사에 초청하는 등 반서방 국가들의 밀착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비위 맞추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탄핵 정국속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 정상적인 대미외교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은 외국 정상 중 제일 먼저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13일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2030년까지 양국의 교역량을 두 배로 늘리고 미국의 석유와 LNG 수입을 약속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경우 회담을 통해 가자 구상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악수를 둔 정상도 생겨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플로리다 마러라고까지 찾아갔던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경우 관세 위협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그 여파로 정치적 기반이 더 약화된 트뤼도 총리는 결국 사퇴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