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늙어간다는 것, 음악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다"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분들이 나이가 들어감을 실감하고 있다. 늘어난 흰머리, 변한 걸음걸이, 불안한 운전실력은 사소한 변화일 뿐이다. 이전에는 감기 같은 질병도 그저 일상적인 일로 넘겼지만, 이제는 '몸이 좋지 않다'라는 소식만 들어도 마음이 불안해진다.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신체의 기능만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을 의미할까? 임플란트, 인공관절, 노안수술 같은 보조적인 도움만 있으면 예전처럼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몸과 마음 모두 예전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에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도 있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순간도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신체적 변화인지, 정신적 변화인지에 대한 의미도 다를 것이다.
나는 공연을 보다가 유독 음악가에게 이 늙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첼리스트의 공연을 보고 난 후였다. 변함없는 음악적 깊이와 기량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그 연주자가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최악의 무대를 보여준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와닿아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연주를 자신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시간이 흐르며 몸의 기능이 쇠퇴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음악성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 연주자는 무대에 올라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며 관객에게 선언하며 또 한번의 감동을 주며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나이를 들면서 모두 자신만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몸의 변화나 쇠퇴에 대한 두려움에만 얽매이지 않고 늙어갈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깊이와 지혜가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꾼다면, 늙어가는 삶은 결코 슬프거나 두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신체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것은 연주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물음이 아닐까? 아직 세상을 모르는 나이인 내가 감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훗날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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