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재난에 대응하다 발생한 사고 책임 묻는 것은 법률 위반
검찰 "판결문 검토해 항소 여부 판단"
3년 전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발생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매일신문 지난해 2월 2일 보도)된 공무원과 아파트 관리소장 등 8명 모두가 1심에서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불가항력 대형 재난 상황에 대응하다 미처 예견하지 못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죄를 묻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란 취지다. 검찰은 판결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송병훈 판사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지사 직원 2명과 포항시청 직원 2명 등 공무원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과 경비원 등 4명에게는 공소기각을 판결했다.
공무원 4명은 태풍으로 오어저수지 또는 진전저수지에서 비상수문이나 물넘이를 통해 다량의 물이 방류돼 냉천 하류부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관계기관 통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파트 관계자 4명은 지하주차장 차량 이동 안내 방송 후 자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서 탈출하지 못해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것임을 예견하고도 빠져나오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주민 다수를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판사는 무죄 판결에 대해 "저수지 관계자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방류된 물이 하천 범람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지만 지형적 특성 및 우수관에서 역류한 물 등 기상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람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이들 공무원이 포항시 재난 관련 부서 등에 물넘이 등 자연방류 사실을 통보했다고 해도 이들 기관이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등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기각 사유에 대해선 "정부 등에서 정확한 자연재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재난을 피하거나 통상 예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연재난에 대응하다가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민에게 형사책임을 부담케 하는 것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공소제기 자체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판결문을 수령한 뒤 법리적 판단을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공무원 4명에게 금고 2~4년, 아파트 관계자에게 금고 1~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한편, 2022년 9월 6일 오전 태풍 힌남노 내습으로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아파트 3곳의 지하주차장이 삽시간에 침수돼 입주민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소의 "지하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차량으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주택가에서도 범람한 하천을 피해 대피하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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