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양 사건 본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 우려

입력 2025-02-12 09:31:02 수정 2025-02-12 09:36:20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 유튜브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 유튜브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최근 대전의 초등학생 김하늘(8) 양 살해 사건과 관련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12일 나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늘이는 제 딸 아이와 동갑이다. 기사만 읽어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린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말씀은, 정신과 의사인 저조차 쉽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늘이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와 깊은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번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오히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하늘이 법'은 교사들이 아무 불이익없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단 교직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고작 10프로만 치료받는 우리의 현실은 큰 문제"라며 "정신 건강에 대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앞서 11일에도 "가해자는 응당한 죄값을 치루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11일 교사 A(48·여)씨는 김 양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진술했으며, 지난해 12월 6개월의 질병 휴직을 냈으나 휴직을 중단하고 지난해 연말 조기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