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권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늦어지는 이유는?

입력 2025-02-11 14:17:21

사업 계획 때보다 사업비·사업환경 너무 달라져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 코로나19 PCR 검사실에서 직원이 증상자들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핵산 추출을 통해 검사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 코로나19 PCR 검사실에서 직원이 증상자들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핵산 추출을 통해 검사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가 각종 감염병 관련 환자 발생 시 격리와 치료를 전담하는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했지만 현재 착공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공공의료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11일 대구시와 질병관리청, 칠곡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칠곡경북대병원 부지 안에 만들기로 결정된 감염병전문병원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비 문제로 사업 진척이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병전문병원은 정부가 대규모 신종 감염병 위기 상황에 대비, 국가의 감염병관리를 위한 기반시설로서 5개 권역(수도권, 경북권, 경남권, 호남권, 충청권)에 독립적인 감염병 병동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경북권의 경우 칠곡경북대병원이 2021년 7월 선정돼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당초 국비 약 449억원과 칠곡경북대병원 약 300억원 등 총 756억여원으로 책정했던 예산이 중간 설계 결과 모자라다는 결론이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 사업비 책정 당시 책정했던 기준보다 건설 자재 가격 등 비용이 폭등해 사업비가 1천억원까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 추진되면서 감염병전문병원의 병동 구성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게 칠곡경북대병원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2027년 완공 예정이던 감염병전문병원의 건립은 계속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칠곡경북대병원 측은 "당초 사업공고의 공사비 단가가 과소 책정됨에 따라 기본설계 완료 후 총사업비가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금액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업공고에 명시된 목적대로 감염병 위기 시 대응을 위한 핵심 시설은 유지·강화하되, 감염병 위기 대응과 무관하게 평상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자부담으로 구축할 예정이었던 일반병상과 일반 외래 시설은 축소하고자 질병관리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또한 지금 처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칠곡경북대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업계획의 조정은 필요하지만 최초 사업계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질병청의 바람"이라며 "병원과 조율이 끝나야 기획재정부에 총 사업비 협의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진척될 수 있도록 성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 또한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감염병전문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비 12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지원계획도 후속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대구의료원의 기능 강화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의견이 시민사회를 통해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질병관리청과 칠곡경북대병원 양측에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빠른 협의를 지속적으로 부탁하고 있다"며 "지역사회를 위해 양측에 부탁드리고 있지만 사업 설정 초기와 달라진 현재 상황을 반영하려다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