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 피치 'AA-' 평가 유지…대외건전성·수출 성과 덕분

입력 2025-02-06 19:31:33 수정 2025-02-06 19:46:05

거시경제 성과·수출, 대외건전성 긍정 평가…정치 교착 여파 향후 부정 평가 요인될 듯
기재부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 상당 부분 해소" 평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임스 롱스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임스 롱스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당초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정치적 불안정으로 신용등급이 하락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외 건전성과 거시경제 수출 성과는 이번 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정치적 불확성으로 인한 정책 결정 효율성 악화 등은 향후 부정적 평가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기획재정부는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을 'AA-, 안정적(Stable)'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피치 측 평가를 인용해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및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신용등급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피치 측은 정부에 신용등급 '하방 요인'으로 '정치적 교착 장기화에 따른 경제·재정정책 효과성 훼손'을 제시한 바 있다.

피치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당초 2.0%에 비하면 0.3%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이는 (정치적 위기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 보편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가 개선돼 상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 및 지출 통제 노력에 따라 올해 재정수지(-1.0%) 개선될 것"으로 봤으나,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 리스크와 관련해 피치 측은 "한국 가계부채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도 정부의 선제적 정책 대응, 구조조정 노력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높은 경상수지 흑자 수준(GDP 대비 4.5%)과 GDP 대비 23%(피치 추정)에 달하는 순대외자산 등은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봤다.

대북 리스크와 관련해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적대 발언 등으로 북한과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며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되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날 "(피치의) 한국 경제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결과가 발표돼, 한국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정부 재정 악화 등으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적극적으로 신용등급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와 면담을 통해 한국 정치적 상황과 정책 대응 방향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기재부는 김범석 1차관이 주재하는 '범정부 국가신용등급 공동대응 협의회'를 열어 대외 신인도 관리에 나섰다.

기재부 측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피치,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담당자를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12년 이후부터 AA-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AA+, 대만, 아일랜드 등이 AA 등급으로 한국보다 높은 신용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A+로 한단계 낮고, 일본은 A로 두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다.